<<Bèo dạt mây trôi 구름의 노래>>
2-6화. 길고양이와 이방인
루아는 J대 3학년 편입에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몇 달 뒤 루아는 외국 유학생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생활환경이 훨씬 좋아졌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청심이가 이따금 꿈에 나왔다. 고민 끝에, 루아는 청심동 언덕을 다시 올랐다.
좁은 골목, 가파른 언덕,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옥탑방, 나무 창틀, 평상... 그 모든 곳에서 지금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동네 크레파스 부동산 앞에서 루아는 걸음을 멈췄다.
베트남에서 와 처음 집을 구하던 3년 전이 떠올랐다.
"집은 허름하지만 파출소 앞이라 안전해요. 외국에서 온 아가씨 혼자 살 거면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집주인도 저기 카레집 하는 파키스탄 분인데, 여기서 성공한 외국인이에요. 월세도 싸고 서울 전망까지 보이는 진짜 좋은 집이에요."
루아는 문을 열고 들어가 반가운 정 사장에게 인사했다.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어, 루아야. 학교 잘 다니고 있지? 새 집은 어때?"
"집은 좋은데... 이 동네가 너무 그리워서요."
"그렇지. 청심동 같은 동네, 요즘 서울에 또 없지. 근데... 청심이가 요즘 안 보인다?"
루아의 눈이 커졌다.
"어디 아픈 건 아닐까요?"
"모르지. 너 떠난 뒤로는 밑동네로 잘 안 내려오는 것 같더라.
혹시나 해서 매일 물그룻이랑 사료를 놓고 있지만, 다른 녀석들만 보이고 청심이는 없어."
루아는 그 길로 골목 끝, 옥탑방 근처 전망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평소 앉던 그 자리에 청심이가 있었다.
작고 수척해진 몸,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청심아..."
루아가 부르자 펄쩍 뛰며 달려와 품에 안겼다.
고양이는 힘없이, 그러나 익숙하게 그 품에 몸을 맡겼다.
그 순간,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베트남에서 막 와서, 말도 통하지 않고, 하루하루가 낯설고
외롭던 시절. 청심이는 길고양이면서도 유난히 루아를 잘 따랐다.
온 동네를 자유롭게 누비면서도, 낮이면 어김없이 루아 가게 근처 주민센터 앞에 나타났다.
손님이 뜸한 틈에 밖을 내다보면, 청심이는 졸린 눈으로 루아가 일하는 팔봉집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언제부턴가 동네사람들과도 친해져, 가끔은 가게로 손님을 데려오기도 했다.
밤이면 루아가 퇴근하기 전 옥탑방에 먼저 가서 안전한지 살펴보고, 창가에 앉아 기다렸다.
루아가 문을 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옆에 와서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청심이는 루아에게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이방인의 하루를 지키고, 외로운 밤을 견디게 해 준
작고 조용한 '수호천사'였다.
"사장님, 청심이... 제가 데려갈게요. 이제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정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봉투를 건넸다.
"처음 집고양이로 들이려면 이것저것 살 게 많아.
집이랑 화장실, 모래, 사료... 나는 조카 시집보내는 기분이야."
루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 사장은 청심이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고양이, 몇 살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십 년 넘게 본 것 같아.
나도 청심이 덕에 많이 웃었거든.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요즘 청심이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어.
늙고 지친 게 눈에 보이는데... 근데 네가 데려가줘서 정말 다행이다."
"끝까지 잘 돌볼게요. 고마워요, 사장님."
그날 밤, 루아의 오피스텔 창가.
청심이는 새로 산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몸을 말고 누워있었다.
루아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청심아,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낯선 이방인으로 서울에 처음 왔던 날부터 오늘까지, 내 곁에는 너라는 작은 빛이 있었어. 이젠 내가 너의 곁에서 빛이 되어줄게."
창밖에는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빛은 조용히, 우리의 내일로 번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