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èo dạt mây trôi 구름의 노래>>
2-4화. 구름의 노래
셋은 가끔 팔봉집 브레이크 타임에 맞춰 주민센터 옥상 텃밭에 앉아 김밥을 나눠 먹었다.
"우리들 신기하죠?" 은서가 말했다.
"뭐가?" 서준이 물었다.
"우린 다 다른 것 같아도 공통점이 있다니까~ 좀 방황 중이다? 그래도 좋아요. 정확하진 않아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느낌."
루아는 김밥을 먹으며 은서의 말을 되새겼다.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느낌.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는 마음으로 가고 있다는 그 말이, 참 좋았다.
그녀는 잠시 숨을 한번 들이키고, 가슴속에 묵혀둔 말을 꺼냈다.
"... 나, 가게 그만둘까 생각 중이에요."
서준과 은서는 동시에 눈빛이 달라졌다.
"오, 드디어! 하고 싶은 걸 찾았어요?"
"아니요... 그냥,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 다 할 수 있으니까... 우선 하고 싶은 건... 학교예요. 계속 이렇게 일만 하면, 다시 시작을 못할 것 같아요."
청심이는 루아의 무릎 위에 철퍼덕 누워, 그녀의 말을 듣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은서는 루아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니, 그럼 대학 그만둔 거... 편입 준비해 봐요. 우리 학교 국제학부 외국인 전형에 언어 능력 좋으면 가능성 높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 알바도 알아봐요. 학교에 그런 프로그램 있어요. 영어도, 한국어도 잘하니까 지금이 기회예요."
루아는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 진짜, 내가 할 수 있을까요?"
은서는 눈에 힘껏 힘을 주며 말했다.
"할 수 있죠. 언니는 이미 준비된 사람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돼요."
그 순간, 청심이가 몸을 벌떡 일으켜 루아 옆구리에 박치기를 했다. 루아는 웃으며 고양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알았어, 청심아~"
세 친구의 번개는 점점 잦아졌다.
루아의 편입학 서류를 점검하거나, 주민센터에 들러 외국인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검색하며 웃고 떠들었다. 은서는 루아에게 대학 행정 시스템과 장학제도를 브리핑하듯 설명했고, 그들은 함께 웃는 날이 늘어갔다.
서준은 루아에게 근사한 통역 일자리를 소개했고, 그녀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팔봉집을 그만두기로 했다.
사장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체인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나중에 루아에게 베트남 지점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는 루아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퇴직금에 장학금까지 얹어주었다.
옥탑방에 모인 어느 날, 은서가 피아노를 가리켰다.
"선배, 저 피아노로 우리 응원 연주 한번 해 줄래요?"
루아와 서준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사실 저 피아노... 스티커 붙어 있잖아요. 잘 봐봐, '민은서'라고 있죠? 어릴 때 쓰던 건데, 강아지가 구석을 갉아서 혼났었거든요. 이사 와서 집이 좁아 둘 데가 없다고, 엄마가 좋은 사람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내놓은 거예요."
루아와 서준은 믿기지 않는 듯 피아노를 바라봤다.
"우와... "
"... 진짜 신기해요. 언니가 갖고 있다는 게, 그냥... 운명 같아요. 언니, 처음엔 삼겹살집에서 본 분이었는데... 같이 지내면서 뭉클하고 감동받고, 언니 보면서 철든 기분이에요."
루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래요. 우연인데...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 같아요. 내 말을 들어준 것도, 정착할 수 있게 같이 알아봐 준 것도...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까, 나도 그런 사람이 돼주고 싶어요."
세 사람의 눈동자가 잠시 촉촉해졌다.
서준이 일어나 분위기를 밝히듯 손뼉을 쳤다.
"자~ 여러분 신곡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첫 공개를 합니다. 짜잔~!"
루아가 피식 웃으며 은서를 향해 말했다.
"사실... 이 노래, 은서 씨한데 제일 먼저 들려주고 싶었어요."
은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뭐야~ 둘이 나 몰래 뭐 있는 거예요? 에이, 첨부터 티 팍팍 냈잖아요."
장난 섞인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덧붙였다.
"저는 두 분 공식 1호 팬입니다. 언니, 오빠. 꼭 잘 되셔야 해요~"
서준은 살짝 헛기침을 하더니, 아무 말 없이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끝이 건반을 누르는 순간, 방 안에 잔잔한 선율이 번졌다.
그날 밤, 서준의 **<구름의 노래>**가 루아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루아는 눈을 살짝 감고, 마치 먼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노래했다.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와, 서준의 피아노 연주가 청심동의 달밤을 오래도록,
아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루아가 첫 소절을 부르자,
베트남 민요의 선율이 달빛 아래로 흘러내렸다.
Bèo dạt mây trôi… chiều nay em nhớnhà…
은서는 숨을 죽인 채 그 노래를 들었다.
마치 다음 이야기를, 다음 음을 기다리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