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èo dạt mây trôi 구름의 노래>>
2-7화. 오늘의 대한민국
서준은 루아가 알려준 베트남 민요 '바람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지털 피아노로 재편곡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따뜻한 자막이 덧붙은 그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국내를 넘어 SNS를 거쳐 베트남까지 퍼져 나갔다.
댓글에는 "이 노래, 슬프지만 마음이 따뜻해져요." "한국에 일하러 간 언니가 생각나요."
같은 글이 달렸다.
은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되겠다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동네를 누비며 사람들을 그렸다.
새벽마다 공공봉사원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는 노인들, 기운 담벼락 옆 평상에서 장기를 두고 훈수하는 할아버지와 손자, 큰 대문집에서 나와 쪽방 노인에게 반찬을 나누어주는 주인집 아주머니, 문 옆에 매달린 아이스팩에서 봉사원이 두고 간 우유를 꺼내 마시는 어린아이...
곧 대단지 아파트로 개발되면 사라질 풍경들을 하루라도 더 붙잡듯, 은서의 스케치북은 빠르게 채워졌다.
청심이는 여전히, 공부하는 루아의 발밑에서 조용히 갸르릉 소리를 냈다.
언젠가 루아는 또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언어로, 자신의 삶을. 그리고 누군가는 또 다른 '루아'가 되어, 낯선 곳에서 다시 꿈을 꿀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단어 뒤에는 수없이 많은 이름과 사연이 숨어 있다. 루아는 그중 하나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
미나리처럼 거친 땅에서 향기를 품고 피어난, 고양이처럼 조용하지만 따뜻한.
바로, 오늘의 이곳에서.
에필로그
3년 후.
서준은 태블릿 화면을 스크롤하다가 타임지 기사를 발견하고, 옆에 앉은 루아를 힐끔 봤다.
"세계적인 화가를 친구로 둔 기분이 어때요?"
루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둘은 소파 위에서 손을 맞잡고 깡충깡충 뛰며 장난쳤다. 웃음이 터져 나와 방 안 가득 번졌다.
Eunseo Min Wins TIF Emerging Artist Award
Judges' Comment
"In the eyes of a wandering young artist, the late-night scene of a foreign laborer and an elderly woman living alone sharing a meal became a timeless portrait of 'Today's Korea.'
Min captures the quiet resilience and warmth that transcend borders ---- a reminder of Jeong (a uniquely Korean sense of deep emotional connection and compassion) that once defined this nation, now embodied by those who came from afar."
심사평
"방황하던 젊은 예술가의 눈에 비친 늦은 밤,
외국인 노동자와 독거노인이 함께하는 식탁은 '오늘의 한국'을 담은 영원한 초상화였다.
민은서 작가는 국경을 넘어 전해지는 고요한 회복력과 온정을 포착했다.
한때 이 나라를 정의했던 '정'이라는 마음이,
이제는 멀리서 온 이들의 품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일깨운다."
Artist's Note
"외할아버지는 1980년대 해외 건설 노동자로 중동에서 일하셨어요.
저는 그 시절의 한국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청심동에서 만난 이 장면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였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그 자리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있다는 걸요.
이 그림은, 풍요 속에서 잊어버린 소중한 DNA인 '정'을 되새기고,
그 '정'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어가기 위해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