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카도 아니고 캥거루도 아니고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바로 멜버른을 고른 이유! 멋지고 운명적인 대답을 해주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그냥 날씨가 좋아서 호주를 골랐고, 시드니는 한국인이 많대서 피하고 다른 대도시인 멜버른을 온 것뿐. 맹숭맹숭한 마음에 비해 막상 와서 보니 이 도시, 정말 매력적이었다. 원래 매력이라는 것의 원천은 의외성이 아니겠는가? 멜버른에서 내가 느낀 의외의 사실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펭귄은 원래 남극에 산다
호주는 남반구다. 한국이랑 계절도 반대, 남쪽으로 갈수록 남극과 가까워져 점점 기온이 낮아지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반대다. 멜버른은 어디에 있을까? 빨간 핀이 꽂힌 시드니에서 남쪽을 보면 멜버른이 위치해 있다. 꽤나 남쪽이다. 그렇다, 멜버른의 앞바다는 남극해고 거기엔 펭귄이 산다!
멜버른 중심가에서 트램 타고 약 20분이면 도착하는 세인트 킬다 해변.
여기서는 저녁 시간이 되면 줄지어 이동하는 펭귄들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호주에 오기 전에 코알라, 캥거루, 쿼카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야생 펭귄이라니? 세상 최고야.
신전떡볶이, 설빙, 인생네컷… 여기 혹시 한국?
한국 아니고 멜버른 중심가에 위치한 신전떡볶이다.
비행기를 탈 때부터 걱정했다. 아, 향수병 어떡하지. 초강경 한식파에 요리 흙손인 내가 과연 스스로 한 요리 따위로 연명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러나 그런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있을 게 다 있었으니까!(물론 가격은 비싸다.) 신전 떡볶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진짜 행복했다. 여기서 먹을 걱정은 하지 말고 살아야지, 이런 다짐과 함께. 백종원 아저씨의 얼굴도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스비빔 등 체인점을 지나치며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 거의 한국에서보다 자주 뵙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외국 식도락에 대한 호기심이 거의 퇴화한 내게 원한다면 국밥, 게장, 삼겹살, 짬뽕을 먹을 수 있는 도시란 큰 매력이다.
경찰이 말을 타고 돌아다녀요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경찰이 왜 말을 타고 있지?
하지만 말을 탄 경찰은 실존했다. 신기루였다면 아주 반짝반짝 윤기 나는 털을 가진 말들의 엉덩이를 몰래 구경하는 동안 사라졌을 테니까. 여행 가이드님에 따르면 영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말을 탄 채로 시위 현장에도 나타나고 교통도 통제하고 순찰도 하며 보통 '경찰'하면 생각나는 모든 일들을 수행한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다.
곧 도착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나는 아직도 멜버른의 매력을 탐구 중이다.
오게 된 이유는 흐물거리지만 여기 머무는 이유는 멜버른의 넘치는 매력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보물 상자 같은 도시 멜버른, 여기에 와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