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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Jul 27. 2024

반성

당신이 약속이 있던 날

차를 타는 거리는 짧아

당신이 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우두커니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설렘과 기쁨은 어느새

불안과 분노가 되어버린다.


이후 당신은 왔지만

기다림에 변색된 감정은

온통 검정이었다.  


당신과의 약속이 있는 날

걸어서 약속 장소로 간다.  


길을 걸으며

처음 당신을 만나러 가던 때

당신을 기다리며

쿵쾅대던 마음을 떠올린다.


그 날은 기다림이 힘들지 않았다,

세상은 당신으로 가득했기에


언제부터 나는 당신이 아닌

나의 기다림을 못 견뎌 했던가?


오만함을 버리고

당신이 나를 허락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러자 지나는 구름에도

여름향이 나는 바람에도

당신이 존재해


걸어가는 내내 세상은

당신으로 채워져 갔다.    


여기를 누르시면 인스타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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