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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Nov 11. 2024

경남문단의 원로 이광석 시인이 남긴 칼럼

고 이광석 시인을 추모하며…

경남 문단의 원로 이광석(1935-2024)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90세.


내가 그쪽 전문가는 아니어서 그분의 문학적 업적을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만, 그가 역사적 순간마다 반민주, 친독재권력의 편에 섰던 시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안다.


특히 그는 1987년 전두환 정권의 박종철 고문살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2.7추모대회를 앞두고 2월 5일자 경남신문에 이런 칼럼을 썼다. 그때 그는 경남신문 편집국장을 거쳐 이사 자리에 있을 때였다.


"잘 알다시피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경우 당국의 분석처럼 '또다시 사회불안이 조성되고 국민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불법적 선동집회를 잇달아 열고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게 되면 운동권 재야를 더욱 자극, 결국은 인천사태와 같은 위험한 소요사태를 초래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저버릴 수 없다."



이어 그는 전두환 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용공' 공세도 잊지 않는다.


"또한 '좌경용공분자들에게 또다른 발호의 기회를 제공,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좌경 용공세력들의 기도를 부추기는 결과로서 이는 궁극적으로 북괴를 이롭게 할 것'임도 냉철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따라 2월 7일 마산카톨릭여성회관에서 열린 '2.7 고 박종철 군 국민추도회'에서 주최측은 '경남신문에 보내는 공개경고장'을 준비했으나 전날 밤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압수당하고 만다.

87년 1월 26일 경남대에서 열린 살인고문 규탄대회 및 고 박종철 동지 추모제
마산 가톨릭여성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7국민추도회를 알리는 전단
 경찰의 원천봉쇄에 따라 주최측이 가톨릭여성회관 옥상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신문은 박종철 군의 49재 추모일인 3월 3일 '3.3추모대행진'을 앞두고도 사설을 통해 "아무리 평화행진 운운하나 대규모 군중시위로 인한 격렬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면 대다수 국민들이 이 살벌한 광경을 지켜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문가지"라면서 "박종철군의 49재는 고인의 집안식구와 친구들이 모여 조용하고 엄숙하게 의식을 갖는 것이 관례이며 순리"라고 꾸짖는다.


이후 1990년 3당 합당을 열흘 앞둔 1월 13일 조선일보 광고면에는 '90년대를 맞는 문학인의 결의'라는 성명서가 실리는데, "문학을 좌익이념의 시녀로 전락시키며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폭력혁명세력의 선전도구 구실을 하는 목적주의 문학집단을 배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성명서에도 이광석은 정목일, 박재두, 이월수, 설창수, 추창영, 김춘수, 이중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 후에도 이광석은 친독재 기회주의 문인의 전형인 이은상을 옹호하는 입장에 끝까지 서 있었음을 부연해둔다.


그의 명복을 빈다. 좌익도 우익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이광석 #6월항쟁 #박종철고문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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