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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lelife Feb 18. 2024

햇살의 온도로 닿는.

조용필 - 바람의 노래

어느 가을,

햇빛 찬란한 평일 오후에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여 서점을 향했다.

그날은 참으로 평온한 날이었다.


업무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고 나오는 길,

평일 한 낮이라 차량이나 인적이 많지 않아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


느긋한 걸음을 걸어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따금 지나는 차량에는 햇빛이 눈부시게 반사되고 있었다.


시선을 멀리하여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높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찔해졌다.


그리고 순간, 이렇게 평온한 하루 한 복판에 서서

나는 뜬금없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스쳐간 사람들은 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바로 이 곳에 서 있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인지.


이런저런 인연들 한가운데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불연속적 교차로

인연은 소멸되고 생성되고 있었다.


평온한 마음갑자기 크게 일렁였다.


얼굴 본지 오래된 벗들과 선생님들이 그리워졌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나를 위해 주었던 이들이었다.


 사랑이 분수에 넘치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에 잘 해주지 못한

나의 좁은 아량 아쉬웠다.


자각하고보니,


신비로웠다.

나를 스친 인연들 모두 지금의 나와 같이

어딘가에 자기 서 있을 자리 하나씩

차지하고 있을것이었다.


감사했다.

문득 내가 지금 이곳에 평온하게 존재하는 것은

이런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커다란 기적이었다.


행복해졌다.

나를 스쳐가는 낯선 이 

언젠가는 나와 어딘가에서 마주쳐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알게 되리라.


그런데,


어? 이 생각, 익숙한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무엇이더라.



살면서 알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아, 그렇구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가 떠올랐다.


<바람의 노래>를 알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생각을 하여

<바람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 지,


<바람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무심결에 흥얼거리는 음정 속에서.

밝은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문득 알게 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 인연들

각각 자기 자리에서 복된 삶을 살고 있을 그들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눈부신 햇살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렇게 햇살 닿는 곳에 있는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한 줄기 햇살 하나하나에 생명을 키우는 사랑이 있다.

세상 모든 곳에 사랑 없는 곳이 없다.


바람의 노래 덕분이었을까

내 머리 위에 쏟아지는 햇살분이었을까


내 마음에 햇살의 온도를,

인연의 온기를 가득채다.


햇살로 연결된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

삼겹살 음료한잔 곁들이며

그동안 각자 걸어왔던 길을

나눌 수 있으리라.


그 순간을 위해서는 우선,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잘 살아야겠다.


다시금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간 나는


집앞에 도착하면 동네수퍼에 들러

삼겹살을 한팩 사리라 맘먹었다.


당장에 지금은,

가족과 함께 삼겹살 먹으며

오늘 걸어온 길을 나누어 봐야겠다,

다짐하며.











바람의 노래(작곡 김정욱 / 작사 김순곤 / 노래 조용필)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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