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17집 작은 천국
"엄마! 저 잠을 못 자겠어요. 또 무서운 생각이 들어요."
큰아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면서 안방을 찾아온다. 오늘도 불안한 밤인가 보다.
큰아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오래도록 뒤척이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그 시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종종
'죽으면 어디로 갈게 될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공포가 밀려오고,
그 공포에 짓눌려 견디기 힘들 때면,
큰아이는 이렇게 안방을 찾아온다.
중학생인 아들이 엄마와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한편 감사하고 한편은 걱정도 된다.
나약하게 키우나 걱정이지만
여전히 부모를 찾아주니 감사함이 크다.
"오늘도 불안했구나?"
"네, 죽으면 가족도,
친구도 다 만날 수 없는 모르는 곳으로 가는 거겠죠? 어쩌면... 완전히 끝나는 거겠죠?"
아이의 불안을 이해한다. 나 또한 무수히 죽음을 생각해 보았고, 해답을 찾아 종교와 학문을 연구했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난제, 수수께끼, 큰아이의 질문에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내 능력 너머의 일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난생처음 죽음에 대해
깊이 이해해보려 애썼던 때가 생각난다.
유치원을 다니던 5살 때,
혼자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죽음을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차분히 생각해보려 애썼다.
그러나 이해는 되지 않고 공포만 커져갔다
죽음을 파헤쳐 보려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끝없이 몰려오는 두려움은,
죽음이란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것이며
홀로 걸어야 할 길임을
우리 모두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내모습을 생각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대답대신, 음악이었다.
"엄마가 노래 한 곡 들려줄까?"
"뭔데요?"
"잠깐만."
핸드폰으로 노래를 찾아 틀었다. 부드러운 전주와 함께 사랑을 가득 담은 고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운 모습, 보고픈 얼굴
모두 함께 여기에 있네, 작은 천국에
미소를 담은 그 눈빛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사랑 더할 수 있게
삶에 부딪혀 서글플 때면 이걸 기억해 봐.
행복은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있다고
적막한 밤, 남편과 나와 아이 사이로 흐르는 선율은 감미롭고 아름다웠다. 아이는 옆으로 웅크린 채 가만히 귀 기울이는 듯했다. 가사 하나하나, 선율 마디마디마다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했다. 마음을 감싸안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이의 마음을 달래어 준다. 한참 노래를 듣던 아이가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로 묻는다.
"제목이 뭐예요?"
"작은 천국."
"천국?"
"그래, 천국."
"천국이라면..."
"그래, 엄마도 사실은 죽음 너머의 일은 잘 몰라.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될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죽음 뒤에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말야. 우리 이렇게 해볼까?.
"어떻게요?"
"죽음 뒤에 있다는 바로 그 아름다운 세상을 지금 이곳에서 누려보는 거야."
"어떻게요?"
"노래 가사처럼 지금 이 순간 천국을 만들어 누리는 거지. 그러면, 그 천국이 죽음 뒤에도 우릴 따라오지 않을까? 나 자신이 바로 천국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지."
"아~. 그럼 그 사람이 가는 곳마다 천국이 되는 거네요? 그 곳이 어디든?"
"맞아. 그래. 엄마는 지금 아빠와, 너와 이렇게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천국이라고 느껴. 너는 어때?"
"저도요. 기분이 아주, 좋아요."
아이가 이불속을 더 파고들며 나른한 듯 말했다.
"그래, 우리 지금처럼 천국 속에서 살자.
오늘도 내일도 천국 속에서."
때로는 거친 바람이
우릴 변하게 하지만
함께한 마음 있으니 영원할 수 있어
그대가 지쳐 힘들 때 한 걸음 앞에 나와봐
우리가 찾았던 행복이 숨 쉬는 이곳에
"때로는 거친 바람이 우릴 변하게 하지만, 함께한 마음 있으니 영원할 수 있어....".
남편이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아이는 편안하게 숨을 쉬며 어느새 잠이 드는 듯했다. 훌쩍 자라 버린 큰 아이는 키도 몸무게도 이제 어른이었다. 2인용 침대에 어른 셋이 잠을 잔다는 것은 무리였다. 아이가 깨지않게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내 침대 자리를 아이에게 빼앗겼다. 핸드폰을 들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고단하지만 한편 소중한 이 시간들. 큰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이제는 훌쩍 집을 떠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잠들기 전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앞으로 또 얼마나 될지.
잠이 들기 전에 핸드폰으로 다시 한번 <작은 천국>을 플레이한다.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가 내 주변을 맴돈다. 눈꺼풀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스르르 잠이 온다. 그래,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는 천국 속에 있다.
그리운 모습 보고픈 얼굴
모두 함께 여기에 있네 작은 천국에
미소를 담은 그 눈빛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사랑 더할 수 있게
삶에 부딪혀 서글플 때면 이걸 기억해 봐
행복은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있다고
때로는 거친 바람이 우릴 변하게 하지만
함께한 마음 있으니 영원할 수 있어
그대가 지쳐 힘들 때 한 걸음 앞에 나와봐
우리가 찾았던 행복이 숨 쉬는 이곳에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사랑 더할 수 있게
삶에 부딪혀 서글플 때면 이걸 기억해 봐
행복은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있다고
때로는 거친 바람이 우릴 변하게 하지만
함께한 마음 있으니 영원할 수 있어
그대가 지쳐 힘들 때 한 걸음 앞에 나와봐
우리가 찾았던 행복이 숨 쉬는 이곳에
그리운 모습 보고픈 얼굴
모두 함께 여기에 있네
작은 천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