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 바람의 노래
어느 가을,
햇빛 찬란한 평일 오후에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여 서점을 향했다.
그날은 참으로 평온한 날이었다.
업무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고 나오는 길,
평일 한낮이라 차량이나 인적이 많지 않아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
느긋한 걸음을 걸어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따금 지나는 차량에는
햇빛이 눈부시게 반사되고 있었다.
시선을 멀리하여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높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찔해졌다.
그리고 순간, 이렇게 평온한 하루의 복판에 서서,
나는 뜬금없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바로 이곳에 서 있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인지.
이런저런 인연들 한가운데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불연속적 교차로
인연은 소멸되고 생성되고 있었다.
평온했던 마음이 갑자기 크게 일렁였다.
얼굴 본 지 오래된 벗들과
한문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나를 위해 주었던 이들이었다.
그 사랑이 분수에 넘치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에 그분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나의 좁은 아량과 미숙함이 아쉬웠다.
자각하고 보니,
신비로웠다.
함께 있지 않지만 함께 있는 동시성.
나를 스친 인연들 모두 지금의 나와 같이
어딘가에 홀로 서서
어쩌면 나처럼 가끔은
나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감사했다.
문득 내가 지금 이곳에 평온하게 존재하는 것은
이런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커다란 기적이었다.
그리하여 행복해졌다.
지금 나를 스쳐가는 어떤 이의 낯선 시선도
언젠가는 나와 어딘가에서 마주쳐
서로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 이 생각, 익숙한데,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무엇이더라.
살면서 알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아, 그렇구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가 떠올랐다.
<바람의 노래>를 알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생각을 하여
<바람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한 노래라서
무엇이 먼저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바람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무심결에 흥얼거리는 음정 속에서.
밝은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문득 알게 되었다.
나의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선가 자신만의 공간에 서서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멀게만 느껴졌던 그 인연들
각각 자기 자리에서
복된 삶을 살고 있을 그들은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눈부신 햇살로, 살랑이는 바람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햇살 닿는 곳에 있는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그립고 아쉬운 과거의 인연도
햇살로 연결된 지금의 인연도
더 이상 타인이 아닐 미래의 인연도
모두 지금 내 곁에 있었다.
한 줄기 햇살 줄기줄기마다
생명을 키우는 사랑이 스며있다.
세상 모든 곳에 사랑 없는 곳이 없다.
그래, 아픈 마음으로 그리워하지 말자.
그립고 그리워도 즐겁게 이 순간을 살자.
바람의 노래 덕분이었을까
내 머리 위에 쏟아지는 햇살 덕분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햇살의 온도로,
인연의 온기로
내 마음을 데웠다,
햇살로 연결된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삼겹살에 음료 한잔 곁들이며
그동안 각자 걸어왔던 길을
나눌 수 있으리라.
그 순간을 위해서는 우선,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잘 살아야겠다.
다시금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간 나는
집 앞에 도착하면 동네슈퍼에 들러
삼겹살을 한팩 사리라 맘먹었다.
당장에 지금은,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오늘을 잘 살아보자.
다짐하며.
바람의 노래(작곡 김정욱 / 작사 김순곤 / 노래 조용필)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