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옆지기를 두고 깨어있는 옆지기가 그리웠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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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식구 중 가장 마지막에 잠자리에 들려하는데, 새끼손가락에서 따꼼따꼼함이 느껴졌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눈을 감고 누우니 새끼손가락의 따꼼함이 나의 감각을 오롯이 채우며 잠을 달아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향해서 손가락을 살펴보니 머리카락 조각인지 수염 조각인지 확실하지 않은 짧은 무언가가 박혀있었다.
족집게로 잡아 빼려 했으나, 이미 안쪽으로 파고든 뒤라 잡아 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은데, 손가락에 박힌 이 작은 조각을 혼자 빼내긴 힘들 것 같은데, 옆지기가 자러 간 지 상당 시간이 흘러 깨우고 싶지만 깨우긴 미안한데... 옆지기를 깨우고 싶다는 욕망이 불근 솟아올랐지만, 일단 혼자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옆지기가 3주 넘게 감기로 골골 대는데, 그의 잠을 방해하는 건 진짜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새끼손가락에 박힌 머리카락 조각을 집어 빼려면 겉 피부를 조금 살살 파내야 할 것 같았다. 한 손으로 처리해야 했기에 어설플 수밖에 없는데 바늘로 파내는 건 어렵겠다 싶었다. 차선책으로 손톱깎이를 이용해 피부 겉면을 살짝 잘라냈다. 다행히 한 번의 시도로 새끼손가락을 괴롭히던 머리카락 조각이 나왔다.
후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어 다행이었다. 혼자 이래저래 시도하다가 미칠 것 같아 결국 그를 깨워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함께 사는데도 가끔 이렇게 혼자가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있다니... 옆지기가 자는 동안 깨어있는 옆지기를 그리워하는 이 이상한 상황을 더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