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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Dec 03. 2023

도살장서 구조돼 다시 도살자한테 간 '어미견 웅이'

[댕냥구조대 '첫번째(1)' 이야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617239?sid=102

'댕냥구조대'에선 제가 작성해 보도한 기사를 링크로 걸어둡니다.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기사 관련 좀 더 세세한 '취재과정'과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임신한 채로 도살자에게 '다시' 입양간 아이" 


동물에 대한 취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어떻게 누구를 통해 취재를 할 지 막막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해온 취재는 출입처가 명확히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해 홍보를 하려는 주체가 분명해 취재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 취재는 뭔가 멘땅에 헤딩하듯 시작해야했습니다.


인스타에서 처음 만나게 된 웅이

인스타에서 헤시테그를 통해 동물단체들과 동물구조 관련 계정들을 팔로우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웅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임신한 채로 개장수에게 잡혀갔다고..?' 

홀몸이어도 생사를 넘나드는 장소에선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데 새끼가 배에 있는 어미는 그 공포와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영상을 올린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고, 제보자를 연결 받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근원지는 춘천시였습니다.


새끼 7마리르 임신한채로 도살자에게 입양된 웅이

춘천시의 천사요원들 


어느 드라마에서 "세상에 나쁜 놈들이 많은 만큼 착한 놈들도 많다"는 대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취재를 들어가다 보니 그 말이 어느 정도 또 맞는 것도 같았습니다. 물론 전 유기견 문제를 특정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있진 않습니다. 제도를 손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제보자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의 유기견 관리와 입양 절차 등에 대한 문제를 수개월 간 모니터링해 문서화 한 분이셨습니다. 모니터링 요원은 몇 명 더 있었고 번갈아 가면서 지역을 나눠가며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수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신뢰를 쌓아갔고(기자라고 하면 경계하는 분들이 많이 제가 왜 취재를 하려하고, 제가 어떤 입장인지를 명확히 전달하고자했습니다.), 제보자는 저에게 그간 모니터링한 문서와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이하 춘천시)와 면담한 녹취 파일 등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일자별로 모니터링 내용이 세세하게 담긴 문서는 생각보다 더 정교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이며 유기견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혼자 울컥해서 tmi 주절거리면, 정말 우주의 에너지는 신기해서 결단을 하고 행동을 하면 마음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그 힘이 더 커지나봐요T^T)


도살자에 입양돼 고물상에 묶여 있던 케리. 바짝 말라있던 케리는 도살을 앞두곤 급격히 프로틴이 급여돼 살이 올라있었다. 

춘천시의 만행들 


다시 이성의 뇌를 끌어와 정리를 해보면, 이분들이 작성한 일지에는 춘천시의 문제는 크게 아래와 같았습니다.(아이들이 입양간 장소의 열악함 등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 입양자에 대한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아이들을 입양하고 있으며


2) 특히 도살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웅이와 케리를 입양 보낸 사실


3) 2023년 9월 8일에 센터에 입소한 개 15마리가 갑자기 동시에 자연사로 전산처리된 부분(의혹제기)


4) 칩 미삽입, 전산 기재 오류(예 : 중성화 안된 개들을 중성화라고 기재) 등 센터 내 아이들 관리에 대한 문제제기 


여기에 더해 제보자들은 도살자 'c**'에 대한 과거 도살 이력관련 증언 및 정황들에 대한 정보까지 기재해두고 있었습니다.


춘천시의 항변 "도살이력 몰랐다!"


제가 보도하는 기사는 누군가에겐 명백히 공격이 될 수 있는(하지만 공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한) 내용이기에 사실 관계를 추가로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야 했습니다. 


우선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춘천시의 답변을 들어보았습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분과 2번의 전화 끝에 통화가 연결 돼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었습니다. 


[질의1]추석연휴 이후, 제보자들이 춘천시 동물복지팀에 ‘신촌고물상’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 동물 학대 건으로 제보했는데, 현장 방문 시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웅이와 케리를 보고 즉각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답변] 사실관계가 다르다. 그분들이 추석 전에 오신건 맞다. 그분들이 알려주신 장소에 그 개들은 없었다. 알려주신 지번이 아닌 다른 지번을 알려주셨다. 다른 개 였던 거 같다. 그것만 보고 왔다. 그 뒤로 다시한번 연락이 왔는데 그 건에 대해 나갔을 때, 그 자리가 아마 와달라고 했던 그 자리였던 거 같다. 주소상 오해가 있었던 듯 하다. 우리가 오니 개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입양 받은 사람한테 연락해서 실제 생각하는 장소를 확인하긴 했다. 


[질의2] 웅이가 기존 전산상에는 중성화라고 기재 돼 있었는데 임신해 새끼 7마리를 낳았다. 웅이 외 전산상 오류가 발견됐나? 전산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진 듯 하다.

[답변] 어쨌든 수기를 입력하다 보니 체크가 잘못 돼 있었다. 원본 서류는 존재 한다. 전산상의 오류다. (다른 오류는?) 한글 보고 오타 나지 않나. 그정도 문제다. 


[질의3]지난 10월 11일 제보자들이 춘천시에 동물학대로 신촌도견장에 ‘출동을 요청’했고 ‘증빙 자료’*를 첨부했으나 거부했다고 알고 있다. 거부 사유는? 

[답변]그때 받은 필지도 맞는 위치는 아니다. 우리가 더 찾아서 발견한건데, 아마 그분들이 생각했던 위치가 거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우리한테는 이야기를 안해준다. 제가 말하는 사안이 그분들이 말하는 사인인지는 모르겠다. 


[질의4]입양 후 ‘사후 관리’는 춘천시에서 할 수 없다고 제보자들에게 답변한 녹취 파일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답변] 저도 잘 모르겠다. 


[질의5] C가 개도살 이력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입양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답변] 전혀 도살 이력이 있는건 몰랐다. 알게 된 게 10월 11일에 전화하셨다고 하셨지 않나. 그 때 우리가 이거 때문에 민원이 엄청 많다. 평상시 처리 민원도 많아서, 그 당시 그 민원들 처리 중이었다. 동물 보호 단체에서 왔었다. 증거물이 있다. 그 때 최승호씨에 대해서 알았다. 현재는 다시 데려와서 보호 중이다.  


[질의6] 마이크로칩을 전부 삽입하도록 돼 있는데 전부 실시하고 있는가?

[답변] 잘 모르겠다. 물어보겠다. 입양 나가는건 다 삽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좀 더 책임권한이 있는 팀장급 분과의 전화 시도는 일주일 뒤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추가적으로 궁금한 15마리 동일날 자연사 부분을 물어보려했지만  담당자는 이미 많은 동물 단체와 앞선 보도(KBS)로 인해 좀 격앙돼 있었습니다.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에  "동물단체 분들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제 말을 듣지 않는다"는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 소속된 분들 개개인이 아닌 이를 제도적 문제로 보고 당연히 제도를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지 등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아니다. 우리 인력 안부족하고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30여 마리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보호 중입니다. 통화 당시(23년 10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는 공무직 4명과 기간제 근로자 8명 그리고 청소 등을 담당하는 시니어 관리자 6명 등 총 18명이 센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원 모두가 센터 동물들을 관리한다는 전제하에 20마당 1명이 관리를 한다고 하면 현행법 위반은 아닌 셈이브로 춘천시 공무원을 말대로 보도를 했습니다.


2023년 9월 8일 동일한날 자연사했던 15마리 개들 중 일부 모습


여전히 의혹이 남는 점 330여 마리중 15마리가 같은 날 자연사?


기사는 사실 '도견장'에서 열심히 구조해 결국 입양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다시 애들을 '도살자'에 입양 보낸 춘천시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에 집중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의문이 남는 점은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서 15마리가 동시에 자연사했단 점입니다.


기사에 담지는 못했지만 좀 더 세세하게 검색해보니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는 코로나19가 일어나기 이미 수년 전부터 자원봉사자를 받지 않고, 외부에 운영 상황 등을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한 곳이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춘천시는 “합사하는 개체수가 늘면서 임시 전사를 짓고 있었는데, 임시 전사를 다 짓기 전에 개물림 등이 사고가 나며 15마리가 자연사했다”고 답하긴했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남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조사를 진행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결과 동물권연구단체 PNR 이사로 활동 중인 법무법인 하신 안나현 변호사는 “동물 학대 등으로 인한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선 보통 사진, 담당 직원의 증언 등을 간접 증거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왜 죽었나 따지는 것은 자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는 것입니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무관용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길 


육동한 춘천 시장은 지난 10월 24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며 동물보호에 힘쓸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육 시장은 “앞으로도 도견 등 동물학대행위 발견 시 관련법에 근거해 무관용 엄중 대응하겠다”라며 “계속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갈등을 최소화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제가 취재를 들어간 시점이 이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육 시장의 의지가 현장까지 반영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것 같은 씁쓸함이 들었습니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 캡처화면


취재 후 느낀점


이번 취재에서 느낀 문제점은 크게 '유기견 급증, 입양 절차, 불법 도살장이나 도견장 운영 관리' 등으로 요약 될 수 있는데요, 

정말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무문별하게 강제 번식으로 만든 생명을 이젠 무분별하게 착취하고 죽이는 이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생명이 생명다운 대접을 받게 될 지 막막하지만 조금이나마 문제에 대해 윤곽을 그려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체가 분명해지면 오히려 해결 방법은 간단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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