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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Dec 13. 2023

개번식장 투자한 수의사와 경찰은 잘지낼까요?

[댕냥구조대 '세번째(3)' 이야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630786?sid=102


'댕냥 구조대'에선 제가 작성해 보도한 기사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기사 관련 좀 더 세세한 '취재과정'과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올해 여름, 논란이 됐던 화성 불법 개 번식장에 투자했던 수의사와 경찰은 잘 지내고 계실런지요. 

그래서 그들의 근황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이 곳 저 곳 쑤시고 다녔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유튜브 영상 캡처


"어미견 배를 카터칼로 갈라 새끼만 꺼내..."


"배 가른 모견의 사체 냉동고 가득..."


"상품 가치 없는 개들 집단 도살..."


동물보호단체 카라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9월, 얼핏 봐도 잔혹함 그 자체인 '불법 화성 개번식장'의 썸네일과 기사 제목들을 보고 도무지 클릭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생명들을 직시하며 느낄, 분노와 무력감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에 되도록이면 에너지가 많고 여유가 많은 시기에 감당하자며 

클릭을 하루 이틀 미루어왔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습니다.



"여름이니 냉동고에 보관하지 사체를 어디에 보관하나요?^^"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불법 개번식장 대표가 출석해 위 같이 발언하는 영상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저 여자 참 뻔뻔하기 그지 없구나. 무관심이 저 뻔뻔함을 더 키운 것이겠지."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PNAQ9H4gxGE?si=GHRGKj1Kk2vl9kck



이슈가 된지 두 달 가까이가 지난 10월 중순. 


이미 숱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후였습니다.


해당 개번식장의 수 많은 투자자들 중에 수의사와 경찰이 포함돼 논란이 됐었단 기사들이 유독 마음이 남았습니다.


'개번식장이 개인들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것 조차 이상했는데, 동물 보호에 앞장서야 할 수의사와 경찰이..직접 투자를 했다고?'



심지어 투자만 한 수의사와 달리 경찰은 어미견 출산 때 야간조로 근무하는 등 '개번식장에서 직접 운영'까지 관여한 정황들이 포착된 후였습니다. 


논란이 되고 개번식장이 받은 법적 처분 '영업정지 수십 일'이라는 후속 보도를 보았습니다.


개번식장 조차도 저토록 낮은 벌을 받았는데 과연 저 수의사나 경찰들은 얼마나 아무 탈없이 잘 지내고 있을 지 캐고 싶어졌습니다. 


법으로 처분을 못받는 다면 여론의 비난이라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더 안되면 동네에 소문이라도 나서 손님이 줄어야 마땅하다는 게 속마음이었습니다. 


시흥시 대야동 E 종합동물병원.


우선 개번식장에 투자한 수의사.


그를 찾는 건 쉬운일이었습니다.

기자 생활 13년 짬밥의 검색력과 눈치력으로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의 한 종합동물병원이란 것을 알게됐습니다.


추적60분에도 동물단체에도 투자자들의 명단은 있었지만 명단을 받기 전에 이미 저 병원을 알 수 있었습니다.


11월 중순 어느 날, 직접 전화를 하고 해당 동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병원은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진료와 미용 차례를 기다리는 귀여운 개들도 대기실에 있었죠.


카운터에 계신 동물병원 관계자분께 질문했습니다. 


기자 "(손님인 척)강아지 미용 가능한가요?"


동물병원 "(미심쩍어 하며) 그럼요. 미리 예약하시면 가능해요."


기자 "영업은 차질 없이 되고 있죠?"


동물병원 "그럼요. 평일엔 오후 9시까지 계속하죠."



여기서 잠깐,

화성 개 번식장 실태를 살짝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화성불법개번식장 구조 현장. 동물단체 위액트 제공.

현행 동물보호법상 개 번식장엔 400마리를 사육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화성 개번식장에선 1400여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개들은 건물 5개 동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서 업자 조차 정확한 숫자를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은 감옥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의 지옥이었다고 합니다.


번식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개를 집어넣기 위해 사람이 지나다닐 통로조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구조 현장의 증언은 

“모견 상당수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있었다”며 “업자들은 병약한 모견의 배를 문구용 커터칼로 갈라 새끼를 꺼냈고 사체는 냉동고에 모았다가 뒷산에 유기했다며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법 약물을 주사해 모견에게 1년 2~3차례씩 출산을 강제했고, 


임신한 모견이 저혈당 증세를 보이거나 죽으면 그 자리에서 배를 갈라 새끼만 빼낸 뒤 사체는 뒷산에 파묻은 것 입니다.


수의사 외에는 취급할 수 없는 불법 약물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심장을 멎게 해 고통스러운 죽음을 유발하는 약물 ‘석시팜’, 

새끼를 끊임없이 낳도록 강제하는 발정제와 자궁수축제(옥시토신) 등입니다. 


현행법은 어미 개의 출산 간격을 10개월로 제한하지만 

이 번식장은 불법 약물을 이용해 연간 2~3회씩 출산을 유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시 개번식장에 투자한 수의사와 운영도 한 경찰아저씨 근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수의사 아저씨는 병원을 직접 찾아가 아주 잘 지내시는 걸 확인했으니, 이번엔 경찰 아저씨의 근황을 살펴보았습니다.


참고로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P경사인 이 경찰 아저씨가 지난해 수 개월간 개번식장에 근무한 내무 근무표가 발견 되기도 했는데요,


확보된 근무표에 의하면 P경사는 경찰 휴직 상태에서 개번식장에 직접 찾아가 업무를 보는가 하면, 어미견의 야간 분만 시 대기조로 근무한 기록 등을 발견됐습니다.


특히 추적 60분 보도에 따르면 P경사는 기존 근무지인 강남서에서 해당 번식장을 관할하는 화성서로 근무 변동을 신청하기도 했다는데요, 


의심이 마구 마구 듭니다.


이와 관련해 전 지난 10월 수차례에 걸쳐 서울경찰청에 해당 경사의 징계 진행 여부에 대해 문의했지만 전화를 잘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전화를 받은 날, "내부 징계 중이고 조사 결과는 아직 안났다"고 했습니다.


답이 시원치가 않아 기자가 아닌 국민으로서 국민신문고에 질문을 남겨보았습니다.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 한달 여 만에 돌아온 답변은

“귀하의 민원 내용은 불법 번식장 운영 경찰관에 징계에 관한 것으로 이해 된다”며 “위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수사결과에 따라 조치 예정이다"

는 답변이 약 3주 만에 돌아왔습니다.



아니 증거를 동물단체에서 다 가져가 줬는데 뭔 내부 징계 조사가 두달이나 넘게 결론이 안나나요.


게다가 진짜 문제는 경찰은 해당 p경사에 대해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징계 조사가 아닌 엉뚱한 조사만 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경찰아저씨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게 아닌, 내부적으로 '겸업 금지를 위반'했기 때문에 내부 징계 조사를 받는 것 뿐이란 점이었습니다. 




이들의 처분과 관련해선 PNR 소속 이혜윤 변호사님께 의견을 구했습니다. 


투자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투자금을 넣고 수익을 배당 받는 식이었다면 현행 동물보호법상 해당 투자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외부에 알려진 대로 투자자가 직접 번식장서 교대로 운영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무면허 진료행위를 하거나 상품가치가 없는 개들에게 근육이완제 등을 초과 주사하여 상해 또는 사망케 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하였다면 수의사법 위반(제10조, 제39조 제1항 제2호) 및 동물보호법 위반(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또는 제2항)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수의사였던 투자자의 경우, 투자자 개인의 행위의 빈도수와 경중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의 처벌을 받는 경우는 수의사법 제32조에 따라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의 처벌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수의사회 내부 또는 자체적인 징계가 가능한 지 찾아보았는데, 수의사회의 경우 다른 전문직종들과 약간 다르게 품위를 손상시킨 수의사에 대해 내부적인 의결을 통해 자격(면허) 정지를 결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보이네요)
경찰관의 경우도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위반 여부는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고, 만일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당연 퇴직 사유가 됩니다. 또한 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공무원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면 경찰공무원 내부의 징계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준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 경징계(감봉 및 견책) 또는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및 정직)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화성 개번식장에 투자한 수의사의 경우 직업윤리 등엔 위반될 수 있지만 투자만 관여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인 것 입니다.


반면 근무표 등 운영에 관여한 기록을 남긴 P경사의 경우 정황상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경찰은 법 위반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겸업 금지를 위반했다는 점을, 그것도 굼벵이 국수를 삶아 먹은 것 처럼 느리게 조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수 많은 물음표가 제 마음 속에 남게됐습니다. 

물음표들 중 몇 개의 질문을 이해를 해보려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았지만, 

몇 개의 질문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수 많은 개인들은 저토록 처참한 개번식장에 투자를 하게 된걸까요?

(사실 투자라는 게 눈 앞에 당장 내 돈이 어떤 식으로 불어나는지 실체를 보는 게 아니니 불편한 곳에 투자했다고 해도 감언이설로 두루뭉실 설명을 듣는다면 개인들이 투자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개 번식장'에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는 전 용인도 납득도 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 걸까요?

(인간의 욕심이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이토록 생명을 잔혹하게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대한 것일까요?


법이 악법인걸까요, 법을 만든 사람들이 나쁜 것일까요.


선악의 구도로 보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이란 것이 아직 생소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은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생명도 귀중하며 모든 생명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 받아 마땅하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면 법도 이를 반영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아주 작은 관심에서부터 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기사를 클릭하고 댓글을 달고 민원을 하고, 소액으로라도 동물단체에 후원을 하고 권리를 공부하고 의미 있는 소비를 하고.. 펫샵 대신 유기견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 것들은 전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글을 보셨다면 좋아요 한번 눌러주세요. 

용기를 얻어 다음 번엔 더 나은 취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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