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by 니콜


딸아이는 매 시험이 끝나자마자 제게 전화를 합니다.

"엄마, 이번 시험은 개 망했어" "엄마, 이번 시험엔 독일어가 멱살 잡고 등급을 올려줄 것 같아" "엄마, 애매해서 하나 고쳤는데, 고치기 전게 맞은 거 있지?"... 등등등


그런데, 이번 중간고사 때는 어째 시험이 끝났는데도 통 전화가 없습니다.

"시험을 잘 못 봤나?""어디 몸이 안 좋은가?" 걱정되는 맘으로 하루 종일 핸드폰을 바라보지만 시험기간 내내 전화 한 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겠지. 이번엔 정말 맘 잡고 공부 좀 하나 보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핸드폰 화면에 아이 이름이 떠서 울립니다.


그런데, 아이의 첫마디가 "엄마, 나 이제 어쩌지?? 꼭 대학 가고 싶은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울음 섞인 말이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는 시험 기간을 통틀어 7시간밖에 안 자고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매일 저녁 한 끼 밖에 못 먹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더 이상의 노력은 불가능할 정도로 공부를 했는데, 예상과 달리 2학년 1학기 때보다 점수가 더 안 나왔다고 합니다.


"엄마, 난 더 이상 노력하면 죽을 것 같은데.. 이제 성적을 올릴 방법이 없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어. 정말 다 포기하고 싶어"라며 전화기 넘어 서글피 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핸드폰을 잡고 있는 제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네가 못 봤으면 다른 아이들도 못 봤을 거야. 이번 시험이 어려웠나 보지"라며 달래 보지만, 아이에겐 들리지 않은 듯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이럴 땐 엄마로서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나름 아이들 교육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이 상황에서 엄마로서 힘이 되어 줄 말 한마디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데도, 아이를 달래줄 말 한마디 제대로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참 바보같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맘먹었던 때가 말입니다. 그때부터 매주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케리어에 짐을 정리할 때마다 편지 한 통씩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고3을 앞둔 아이는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재잘거립니다. 가끔은 "엄마, 나 대학은 갈 수 있겠지?"라고 불안한 맘을 내비치지만, 그러고는 곧 "안되면 정시로 가지 뭐. 내가 정시 만점 도전한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의 밝은 모습이 제겐 큰 행복입니다.

"어쩌지?" 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쓴 한 장의 편지들이 복리처럼 용기를 쌓아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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