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7살 때부터 엄마랑 같이 썼던 비밀노트.
동생 때문에 속상한 게 많았던 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매일 전화해서 "엄마, 동생이 블록을 던져서 다쳤어요""엄마, 동생이 잘못한 건데 할머니가 나만 혼냈어요"라며 하소연을 했었지. 어떻게 하면 우리 딸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비밀일기를 생각했던 것 같아.
너와 손 잡고 같이 문구점에서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작은 노트를 하나를 샀잖아.
“이건 규연이와 엄마만 함께 쓰는 비밀노트야. 이제부터 여기에 우리 둘만의 비밀을 적는 거야. 비밀번호는 규연이 생일로 하자”라며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그때부터 둘만의 은밀한 소통을 시작했었어.
대부분 동생 때문에 속상하다는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퇴근 후 네가 쓴 편지를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친구와의 소통이 더 중요해져서일까? 아니면 동생의 괴롭힘이 잠잠해져서일까?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어든 비밀편지는 어느 순간 멈추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는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게 참 좋다.
요즘은 예민한 시기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책상에 앉아 있는 너의 등만 한번 토닥이고 방을 나가게 되는 것 같아. 왠지 응원의 말도 잔소리로 들릴 것 같아서...
그래서 말보다는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게 되는구나. 조용히 캐리어에 편지 한 통 넣어주면, 기숙사에서 확인하고 "엄마 땡큐"라며 밤늦게 보내는 너의 짧은 카톡이 엄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어. 너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서 그런가 봐.
사랑하는 우리 딸. 살아가다 보면, 힘들 때도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힘든 일도 좋은 일도 엄마와 나눠주렴.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고, 힘이 될 수 없는 일이면 가만히 토닥여줄게.
오늘은 너와 함께 썼던 비밀노트를 찾아 읽으며 잠들어야겠다. 잘 자!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