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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박 Jul 14. 2024

[엣세이] 나로 이길 것인가? 너로 질 것인가?

넷플릭스 '돌풍'의 조작(造作)과 유투버들의 주작(做作)

얼마 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 청와대 비서관을 했던 친구와 전 국무총리 정책보좌관을 했던 선배와 국회 보좌관을 20년을 한 선배와 술 한잔 기울였다. 현재는 모두들 정치권에는 깊숙이 개입하지 않고 차기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처지이다.


예전 우리는 각기 다른 포지션이었지만 정당공천은 직간접적으로 처해져봤다. 한 명은 비례 순번이 끝 순번이라 승계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한 명은 정당 경선에서 컷오프 됐고, 한 명은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여기서 공천에서 밀린 한 명은 전대협 의장을 했던 어떤 선배와 연을 끊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도 공천과정에서 인간관계를 재정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천과정은 배신의 연속이며 람을 극단의 상황까지 가게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 일정을 함께 했다. 전당대회, 총선, 지방선거, 대선 등 선거가 시작되면 국회의사당 앞에는 장(場)이 선다.  오피스텔과 식당, 술집은 선거의 선수, 룸펜, 건달 등 꾼들이 가득 차 몇 미터만 걸어도 아는 이들로 즐비해 서로 인사하기 바쁘다. 이때 정부, 공공기관 등에 들어간 안정적인 사람들이 와서 술을 사는 것이 관례였다.


재밌었던것 같다. 하루하루 다이내믹한 상황, 유명 정치인들과의 만남, 멋진 정치적 레토릭, 반전 미래에 대한 기대감들로 국회의사당 앞에 선 장(場)에 있는 동안 내내 열정에 들뜨고 숙취에 고단하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명분 뒤에 감춰진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암투의 현장이기도 하다.


정치 드라마를 보면서 정치 현실에 맞지도 않고 그다지 재미도 교훈도 없다고 여겼다. 그래도 챙겨보는 편인데 언뜻 드라마 보좌관, 어셈블리, 시티홀, 퀸메이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이 떠오른다. 이번에 넷플릭스 '돌풍'이 재밌다고 하길래 정주행 하게 됐다.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역대급으로 정치 현실과 맞지 않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돌풍'은 20여 년간 벌어졌던 정치적 사건을 여기저기 넣어서 현실감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인물들과 대사들을 억지로 집어넣어 현실감이 더 떨어진다. '돌풍'에서 나오는 대사 중 하나가 꽂혀 실소를 했다. '정수진으로 이길 것인가? 박동호로 질 것인가?' 경선에서 자주 쓰는 슬로건인데 당내 경선에서 본선경쟁력이 있는 선수를 링에 등장시켜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필승론이다.


2012년 대선의 당내 경선 때 정당의 한 후보가 선거 홍보물에 이 슬로건을 썼다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파격적인 슬로건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캠프에서 논란이 많아 이 슬로건으로 그 후보가 나락을 갔다는 후문이 돌았었다.


'나로 이길 것인가? 너로 질 것인가?'이란 슬로건은 전략적이지도 섹시하지도 않다. 그냥 주장일 뿐. 보통 여론조사에서 상대당의 후보와의 대결에서 앞선 후보가 잘 거는 슬로건이다. 단순 여론조사에서 본선경쟁력이 높게 나온다고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다. 대선은 거대 정당 간 대결이고 정당의 후보가 된 순간 경쟁력은 급상승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지역 간 구도가 명확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돌풍'은 인물들의 엎치락뒤치락 연속의 '조작된 게임'처럼 플롯을 짰다. ‘거짓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다' 박동호가 말하듯이 끊임없는 거짓으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실제로 정치적 조작 사건은 많았다. 간첩단 사건, 프락치사건, MB국정원 댓글사건 등의 조작사건에 검찰, 언론까지 가세한 대대적인 여론몰이는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한편 대한민국은 지난 일주일간 유투버 세상은 '쯔양' 사건으로 들썩였다. 이슈메이커 유투버들의 전쟁이 터진 것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 속에서 거짓이 난무하다. 없는 사실을 꾸며 만드는 것을 주작이라고 하는데 주작질과 숨겨져 있던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돈을 뜯어내는 협박질로 나락쇼를 하고 있다.


정치에서는 '조작', 유튜브에서는 '주작'으로 사회적인 상식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또 이 조작과 주작이 연결되기도 하여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에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한다. 뭐가 옳은지? 어디까지 관용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하지 않고 넋을 놓고 있으면 우린 조작과 주작된 세상에서 나를 잃어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손석희의 질문들'을 봐야겠다. 조작과 주작된 프레임에 갇힌 질문들이 없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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