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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섬 Oct 24. 2017

인생 최대의 난제, 사랑!

도서리뷰 -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원문 제목은 <The art of loving>이다.

처음, ‘기술’이라는 단어가 매우 신경쓰였다. (나는 첫인상-느낌-을 중요시하는 사람인거 같다.)

책을 읽기 전, 기본적인 검색을 해보았는데, 대부분의 독자들이 “제목을 너무 직역해서 내용과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art가 기술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그 뜻의 풀이-단어가 가지는 이미지나 느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기술’의 의미를 생각하고 번역했어야 했다. 왜 저자는 skill이 아닌 art라고 했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기술의 의미로서의 ar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사랑의 기술이란 한국어 제목은 로맨틱하거나 부드러운,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에 대한 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맘에 드는 이성 꼬시기, 작업걸기 같은 얄팍한 잔재주 정도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손이 더 갈 것 같은 느낌이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임)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걱정할 필요없기도 한 것이, 머리말에서 가장 먼저 그러한 오해를 풀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로 책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도 번역자는 기술(技術)과 기술(記述)의 이중적 의미를 사용하기 위해

이 제목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는 사랑을 수많은 감정중 하나이고 기분을 표현하는 상태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책에서는 ‘사랑’은 ‘활동’이라고 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활동으로의 사랑이라니,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접근이었다.(충격)

그리고 너무 맘에 드는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여기에서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불길에 타오르듯이 만나고 감정의 소멸과 함께 헤어짐을 맞이하는 피할 수 없는 그런 레퍼토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별이 필연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이지만.    


  


나는 아무래도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낙천적이고 낭만적이고, 긍정적이려 한다. 그러다보니 사랑에 관해서도 좋은 면만 보려하고, 조금 현실적이지 못한 구석도 있다.

때문에 연애에 있어서도 환상을 좇는 편이라, 실제와 이상의 차를 느낄 때에 큰 실망감, 좌절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문제가 많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많은 문제들을 직접 겪어가며 깨닫고 고쳐나가고 하는 시행착오를 참 많이도 겪는데, 내 이상과 긍정은 무너지질 않는다. (생각보다 멘탈이 강할지도, 아닐 수도~)

그저 지키고 싶은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 안에서 문제 해결법이랄까 뭔가 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구체적인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이론에서는 사랑이라는 활동의 이상적인 모습에 다가갈 수 있는 한 걸음의 방향을 제시한다. 각각의 사랑에는 다른 개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둘이서만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걸 다시금 알려준다.     





낭만적인 나로서는 아무래도 자기희생적 사랑에 약하다.

이 부분에서 눈물이 자꾸 새어나왔다.

 <프로즌>의 올라프.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런 캐릭터다...!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 갖는 것이며, 존중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주는 것이다."


누가 이 말에 반박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랑을 늦게 깨달았지만, 딱 이 과정을 거친 나를 알 수 있었다.

이 문장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나는 어릴때 사랑을 몰랐고 잘 알고싶어하지도 않았으며 그러기에 사람들에게 상처도 줬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없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반려동물을 데려왔고, 지금까지 사랑을 넘치게 주고있다.

사람보다 사랑을 배우기 쉬운 대상이라서 일까, 기대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어렵지 않다. 주기만 하면 되니까.

아무리 줘도 모자라지만 돌려 받을 수 없는걸 알기에.



여전히 연애는 어렵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고, 많은 기대와 많은 실망, 선택의 연속, 인내, 외로움,..

그 많은 감정들이 모자란 나 자신에게서 나온거라는 것까지 알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첫 장을 펼치면서 이 한 권이면 ‘사랑’에 대해 더 배우고

연애와 결혼,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더 쉬워지려나하는 기대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모든 걸 배운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이론적으로나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발전된 나와 우리의 관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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