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섬 Apr 29. 2020

나라는 사람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나'라는 인간을 규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자신에 대해 더 알고싶어하기 때문에 혈액형은 무엇이며, 별자리, 띠, 사주풀이 등을 보며 나를 맞춰나간다.

나는 A형이니까 이래, 나는 A형인데 왜 이렇지 않지? 하면서 말이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한다는 것을 믿지 않지만 타로나 사주를 보곤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민속신앙을 믿지 않더라도 MBTI 성격검사라던가, 애니어그램과 같은 과학적 근거로 만들어진 테스트를 찾아낸다.


이러한 분류와 테스트를 거치던 어린 날의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MBTI 검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1~5까지의 선택지에서 항상 3을 택하는 아이였다.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외향적, 내향적인 부분의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중간의 부류는 내 주변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만 이상한 건지 걱정을 하곤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냥 둘 다 가진 사람인 건데.  때에 따라 다른 성향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거라고 생각하지만 꼭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거다.

요즘은 이런 성향을 정의하는 말로 양향적 성격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왜 하나로 딱 정해지지 않는건지 스스로 불만을 가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라벨 붙이기'를 그만두고는 훨씬 속이 편해졌다. 현자들께서 말씀하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 자신도 포함되는 것이었고, 너무도 어려운 거더라.

난 이런 사람이야 라고 딱 말할 수 없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의 나는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외향적인 사람도, 내향적인 사람도, 감정적인 사람도, 논리적인 사람도 모두 공감해주고 이해하며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다. 

신나게 떠들고 사교적인 모임에 나가는 것도, 조용한 독서모임에 나가 서로의 견해를 들어주는 것도 좋아한다. 

이렇게 들으면 너무 유한 사람 같고, 줏대 없는 사람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 좋다.

하지만 내게 불쾌, 불편함을 주는 사람에게는 맞추려 하지 말자.

그 때문에 종종 이기적이거나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 받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러고보면 학창시절에도 나는 나와 안 맞는 사람,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친하게 지낼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그 때의 내가 가진 기준은 그들이 못나서, 나에 대해 일면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라고 하며 그들을 무시하곤 했다. 

지금은 그저 '나와 맞지 않기 때문에 기분 상하는 일이 없도록 거리를 두는 것'으로 조금 바꿨을 뿐이긴 하다.


아직도 어려운 인간관계.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

이 글도 임시 저장 되어있었던 글이다.

19년 12월에 적어놓고는 발행하지 않았다.

뭔가 더 생각 할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나보다.

이제 벌써 20년 4월도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 인간관계에 큰 변화는 없다.

아직 맞는 사람들을 못 찾앗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지금 내가 가진 친구들만큼 친해지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관계란건 꼭 시간과 비례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르익는 것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것이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거니까.

나는 나대로 살아가야지.



작가의 이전글 혼자가 싫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