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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Nov 12. 2024

아이들과 성장

(2024.11.12.)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특징도 있지만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을 잘 하지 않거나 못 하는 아이들이 꼭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있는 곳의 학교 아이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표현을 잘 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점점 그런 성향으로 바뀐다. 가정에서 그렇게 키우기도 하고 유전적 요인도 있을 것인데, 학교 환경도 더욱 더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교육 과정과 문화로 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교육과정에 '연극'을 넣는 것이었다. 이른바 교실연극이라는 용어가 요즘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연극부터 저학년에서 시작해 고학년까지 이어지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건, 교실 속에서 숨어 있던 아이들이 각각의 역할을 맡으면서 배역이 크던 작던 모두 하나 하나 빛나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협업의 중요성을 아이들이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연극은 하나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표현력을 몸으로 말로 듣고 읽으면서 하는 총체적인 언어교육의 한 축이 돼 준다는 것이다. 적어도 초등은 영화가 아닌 연극이 맞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중등에서 뮤지컬과 영화까지도 이어지면 너무도 훌륭한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연극교사와 했던 연극이 아니라 나의 지도로 해보는 연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어느 정도 글을 읽게 되고 글과 말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을 때, 희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대게 희곡은 중고학년에 반영돼 있지만, 난 1학년 아이들에게도 희곡은 매우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반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매체교육이니 뭐니 해서 1학년 때부터 영상을 보고 감상을 표현하게 하는 활동보다 실제로 아이들이 희곡을 읽고 말로 몸짓으로 표현하며 같이 어우러져 한 작품을 완성해 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요즘 영상매체가 너무도 일찍 아이들 속으로 파고들어 와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지만, 1학년에게는 직접적인 교육보다 이렇게 몸으로 겪어 보는 경험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오늘 아이들과 해 보았던 희곡작품은 동화작가 진형민의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10분 연극)였다. 분량도 적고 충분히 우리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어서 지난해부터 가져와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너무도 재미있어 한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읽어 내용을 파악하게 하고 아이들마다 읽어 보아 적당한 배역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간을 먼저 보냈다. 이후에는 각자 맡은 배역으로 연습을 하게 했다. 배역을 정할 때는 목소리 톤으로 결정을 주로 하는데, 내가 먼저 제안을 하고 아이들이 동의하는 수순을 밟았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결정이 났는데, 아직 읽기가 서툰 두 아이가 한 편의 희곡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고 싶어해 일단 맡겨 보았다. 목소리 톤은 딱 어울렸기 때문인데, 더불어 이 과정을 통해서 읽기 연습을 시키기에 적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 마음처럼 의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건데, 살짝 불안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믿고 맡겨 보도록 했다. 일단은 오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자신감도 갖게 되고 읽기도 원활해지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꼭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일기에는 두 아이의 글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에 대해 간절한 마음과 억울만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내용이 돋보였다. 아이들이 이런 마음을 속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이렇게 글로 써 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른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게 되고 자기를 돌아보게 되며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장하게 되고 머리와 마음을 키우게 된다. 물론 이런 글을 자연스럽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어른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오늘 난 이 두 아이에게 공감해주고 칭찬해 주었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언제든 이렇게 쓰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도 알아야겠지만, 어른도 다르지 않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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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날씨: (노란) 은행나무 잎이 흔들리는 날

제목: "엄마, 제발, 제발, 제발, 제발." | 곽**


나는 오늘 오후 돌봄시간 때 너무 슬펐다. 왜냐하면 오늘 돌봄에서 도서관에 가는 시간이었는데 엄마가 내가 기침한다고 천안 아이본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해서 대일어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근데 간식도 안 먹었는데 엄마가 대일러와서 내가 짜증도 내고 울었다. 나는 심하지도 안은 기침 가지고 천안 병원까지 가야 한다는 게 이예가 잘 안 됬다. 하지만 가야 한다. 왜냐하면 감기가 심애지면 안돼니까. 가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있다. 뭐냐면? 엄마가 용처럼 화를 내서인 겄도 있다. 하지만 내가 놀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근데 내가 우는 거 갔고 화 내는 건 좀 안인 것 같다. 제발 다음에는 안 대일어 왔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 제발!"



날짜: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날씨: 잠바를 벗어도 안 추운 날씨

제목: 억울 | 이**


지금 일기 쓰고 있을 때 엄마가 문 앞에 빨래 누가 개났냐고 물어 봤다.

"아빠."

난 대답했다. 엄마가 대답을 안 해줘서 기다렸다. 엄마가 드디어 말했다. 이렇게.

"일기 다 썼어?"

엄마가 화를 냈다. 난 대답을 안 해 줘서 기다린 건데, 화를 내서 억울했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했는데, 더 혼나서 너무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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