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엽 Sep 10. 2023

팀 규모와 리더십의 변화

더 큰 팀을 매니지하는 법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21년 5월, 이전 회사에서 3년 근무를 하면 주어지는 2주간의 리프레쉬 휴가를 사용하고 돌아온 때였다. 당시 나의 팀원은 7명이었는데 '팀원이 되게 많다'는 느낌이 새삼 들었다. 처음 팀장 역할을 시작했을 때 나를 포함하여 3명인 팀을 매니징하기 시작하였으니, 그때와 비교해서 2배 이상 팀이 커진 셈이다. 한 명 한 명 구성원이 늘어났을 때는 체감하지 못했지만, 2주라는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오니 새삼 우리 팀이 엄청나게 커져있고, 기존의 방법대로 운영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팀의 리더에서 더 큰 팀의 리더로 거듭나는 단상들에 대해 당시에 정리해 놓았던 내용들이 있었는데, 조금 더 숙성하는 시간을 거쳐 이번 기회에 브런치를 통해서 공유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직접 팀원들을 매니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리더들을 매니지하고 그 리더들이 다시 팀원들을 매니지하는 상황 - 2차 조직장, Manager of Managers로 조직을 리딩하는 것은 또 다른 변화인데... 이 부분은 다음기회에 정리해 보겠다)




"팀"의 탄생

간혹 1인 팀이나 2인 팀 등 소규모로 운영되는 팀이 간혹 있다. 특히나 전체적인 조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경우가 굉장히 자주 있는 편이다. 과연 어느 규모의 조직부터 "팀"이라고 보아야 할까? 사람마다 의견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나는 3명부터 진정한 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팀 혹은 조직의 규모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구성원의 숫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계"에 좀 더 집중해서 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는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업무 지시, 위임, 피드백과 같은 업무를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뢰, 존중, 갈등과 같이 정서적인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각자 일을 하는 개인의 합이 아니라, 동일한 목표 하에 협업을 하는 팀이기 때문에 상호 간에 업무 관계와 정서 관계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주고받는지가 결국 "팀"으로서의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


위 그림과 같이 2인 조직과 3인 조직은 꽤나 다르다. 2인 조직에서는 2인이 주고받는 관계는 1개뿐이고 그 1개의 관계는 리더가 직접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관계이다. 여기서 인원이 1명 더 늘어나서 3인 조직이 되면, 관계의 숫자는 3배가 되고 리더가 배제된 구성원들 사이에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고작 1명의 차이인데 리더 입장에서는 본인이 개입되지 않는 관계가 발생하고 관계의 가짓수는 3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 변화는 꽤나 본질적인 차이를 불러온다. 결국 3인 조직이 되면 비로소 "팀"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리더" 역할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 되는 것이다. 



팀 규모에 따른 변화

이제 3인 규모의 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 맡았던 팀의 규모와 같다), 이 팀이 확장한다고 생각해 보자. 3인 규모의 팀이 2배(6인 팀), 3배(9인 팀)로 성장한다고 가정하고 "관계" 중심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자.


팀의 규모가 각각 2배, 3배가 되는 동안 관계의 숫자는 3개에서 15개, 36개로 각각 5배, 12배로 증가한다. 관계의 숫자, 바꾸어 말하면 팀의 복잡도는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하는 셈이다.

리더가 관여되지 않는 관계/상호작용은 3인 팀에서는 1개뿐이었지만, 6인 팀에서는 10개, 9인 팀에서는 28개가 된다. 팀 내 상호작용 중 리더가 파악하고 있는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해 보자. 3명 조직에서는 전체 3개의 관계 중 2개를 파악하고 있으니 67%를 파악하고 있지만, 9명 조직에서는 36개의 상호작용들 중 고작 22%인 8개를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팀 안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렇게 팀 내 관계 숫자가 늘어나고 복잡해지고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매니지하는 난이도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좋은 리더라면 이런 변화에 대하여 민감하게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 커진 팀을 어떻게 매니지해야 할까?

애자일(agile) 방법론에서는 애지일 조직이 잘 돌아가기 위한 최대 인원 규모는 7명이라고 한다. 7명이 넘어가면 업무 소통에 있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더 이상 애자일하지 않게 되므로, 이럴 때는 해당 조직을 다시 작은 조직으로 찢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실제 실무에서는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빠르게 조직 규모와 구조가 변화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꽤나 큰 팀을 1명의 리더가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고, 이럴 때 적절하게 팀을 운영하는 방법이 적절하게 변화해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5명 정도가 임계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5명을 전후로 팀을 운영하는 방식을 확실하게 바꾸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팀 내부적으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리더(팀장)가 모든 업무 관계에 개입하기가 어렵다. 리더가 개입하지 않아도 팀원들 간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업무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업무, 프로젝트에 따라서 중간 리더를 만들어서 관리해 보는 것을 권한다. "이 업무는 A, B, C, 3명의 팀원이 함께 논의하여 진행하되,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A팀원이 최종 의사결정하고 일정을 관리해 주세요"와 같이 말이다. 중간 리더는 기존 리더보다 더 작은 임무를 부여받지만 그만큼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기존 리더는 중간 리더가 확실하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권한부여를 해주고, 일단 맡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적은 빈도로 개입해야 한다. 간혹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여 중간 리더가 힘이 부칠 경우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해줘야 한다. 
보통 더 많은 경험과 역량을 갖춘 팀원이 계속 중간 리더의 역할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업무 성격에 따라 리딩하는 팀원이 달라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간 리더 역할을 하는 팀원에게 '파트장'과 같이 공식적인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공식적인 타이틀의 부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다른 팀원들을 리딩하고 의사결정을 해낼 수 있는지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중간 리더는 간접적으로 리더십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리더급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나 역시도 팀장이 되기 전에, 당시 내 팀장님이 부재 혹은 바쁜 상황에서 일부 리더로서의 역할을 위임받아 수행했고, 그런 경험이 실제 팀장이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매우 긍정적인 거름이 되었다. 


팀 외부 (우리 회사의 다른 조직, 혹은 다른 회사)와 일할 때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외부와의 조율은 리더(팀장)가 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이 부분도 위임을 해야 한다. "이번에 X팀과 업무를 조율하는 회의는 저 없이 A님만 참여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A님이 협의하시되 혹시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갈등이 발생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와 같은 식이다. 리더가 직접 외부로부터 새로운 네트워크, 리소스를 가져다주거나 외부와의 관계를 조율해주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이런 부분을 직접 해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업무를 지시하고 점검하는 방식, 회의 등 팀을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일주일에 1시간 동안 모든 팀 구성원들이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하여 구두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에 5명이서 이런 회의를 할 때는 시간도 충분하고 서로의 업무에 생산적인 피드백도 많이 했는데, 어느새 팀이 10명이 되었더니 본인 업무를 제외하고 서로 의견을 내지도 않고 이마저도 시간이 빠듯하게 되곤 한다. 이럴 때는 진행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서면으로 작성하고 다 같이 이를 읽어보는 것으로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대신하고 회의 시간은 이슈 사항에 대한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다 같이 참여하는 회의는 2주나 한 달에 한 번으로 변경하고, 대신 업무 성격에 맞추어서 2~4명 정도가 소그룹으로 진행하는 짧은 회의를 새롭게 만드는 식으로 빈도와 멤버를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팀 규모에 따라 팀 운영 방식도 기민하게 변화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을 통해서 공유한 이야기들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팀을 매니지하는 것과 큰 규모의 팀을 매니지하는 것이 다름에 대해서는 많은 리더십 책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조직을 리딩하는 방법론으로서 위임이나 회의 등을 활용하는 것 역시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민감함"과 "기민함"이다. 조직과 이를 구성하는 사람은 정말 생물과도 같아서, 약간의 변화와 자극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리더는 팀 규모에 따라서 우리 조직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하여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점이 관찰된다면 이를 기민하게 행동으로 옮겨서 빠르게 개선해내야 한다. 팀원이 한 명, 한 명 늘어나는 것은 얼핏 보았을 때 큰 변화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팀의 복잡성은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고 비효율이 점점 쌓이게 된다. 나를 비롯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민감하고 눈치채고 기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멋진 리더가 되길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