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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아기와 나 Nov 16. 2017

나는 '럭키가이'다

영화 <아기와 나> 릴레이 연재 : 여섯번째 - by 배우 이이경

배우 이이경 


배우라면 한번쯤은 본인이 시나리오 속 주인공을 꿈꾼다.

그렇다. 나는 스스로 운이 좋고 럭키가이라고 생각한다.


첫 영화를 이송희일 감독의 장편영화 '백야'의 주인공으로 시작하였고,

이렇다 할 연기경험과 카메라 앵글 안에 내 모습도 스스로 모른 체 영화를 찍었고,

세계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진귀한 경험을 하였으니 말이다.

이송희일 원작 영화 <백야> 포스터


그리고 나의 또 다른 행운 중 하나 

손태겸 감독이 '백야' GV에서 처음 보신 후, 그 후 나를 생각하며 

이번 영화 '아기와 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는 것.


이 또한 럭키아니겠는가.

-


그리고 손태겸 감독과의 인연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015년 찍었던 웹드라마 '취업전쟁,야근왕 김보통'에서 함께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연출자로서 멋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강민구 감독과 선후배 사이라는 것.

강민구 감독의 소개로 손태겸 감독과 신사동 카페에서 처음 조우했고, '아기와 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기와 나> 촬영장에서 '순영'역의 배우 정연주와 함께


'아기와 나'가 매력적으로 다가 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손태겸 감독 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실화 라는 점.

그리고 벼랑 끝으로 몰린 주인공의 상황이 

내가 예전부터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라고 그토록 인터뷰 했던 내용과 비슷한 점.

나를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써주신 손태겸 감독 덕분에 

주인공 도일과 실제 이이경의 배경 상황이 비슷한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편으로 죄송스럽고 자신이 없었다. 

당시 나는 알려지지 않은 그저 그런 신인이었기 때문에...

영화 흥행을 위해서는 더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이 앞서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나리오를 읽고 나선 다른 배우가 도일을 연기 한다는 것이 내 스스로에게도 용납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욕심이 이 영화를 조금은 힘들게 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

'아기와 나' 촬영 당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커튼콜', 예능 '진짜 사나이'까지 언뜻 들어 소화하기 불가능한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나의 체력을 따질 겨를도 없었다.

이런 스케줄 때문이었을까. 촬영장에 도착하면 이보림 피디를 비롯한 감독님과 스탭분들은 오히려 나를 챙겨주시기 바빴다.

이 글을 빌어 한 번 더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도일은 영화 시나리오 99씬 중에 도일은 99씬이 등장한다.

도일이 현장에 없으면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 흔히 말해 원맨쇼였다.


'태양의 후예'는 주 촬영지가 태백이었고, 영화 '커튼콜'은 경기권이었으며, '아기와 나'는 서울, 평택, 괴산 등 여러 곳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러기에 차에서 부족한 잠을 채우기 바빴고, 그나마 눈 떠있는 시간은 여러 권의 대본을 바꿔가며 봐야 했다.

화장실 갈 때도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시간을 보냈다.


함께하는 현장 매니저는 장거리를 운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힘들어 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서로 다른 현장이 생기다 보니 연기에 대한 내 욕심과 열정이라는 핑계가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흔.들.릴.수.없.었.다.


내 스스로 더 긴장하고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흔들릴 거란 생각에 

잠깐의 휴식이 주어져도 집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운동을 하는 등 더 정신을 깨우기 시작했다.


도일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늦은 시간, 이른 아침에 촬영이 끝나도 술을 못하는 손태겸 감독을 잡고 한 잔 하자고 조르기도 했다.


사실 그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떤 고민을 털어놓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감독님과 마주보고 있으면 별 다른 대화 없이도 상대방을 안정시켜주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아기와 나>  촬영 현장에서 손태겸 감독과 배우 정연주, 이이경 (좌측부터)


*영화 <아기와 나> 의 최종화인 다음화에서도 이이경 배우의 연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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