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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미 May 27. 2024

아이의 자기 절제력, 만족지연능력을 위한 소소 팁 3

"기다려"

지난주엔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온갖 유혹으로부터 엄마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자기 절제력, 만족 지연 능력, 충동 조절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소소한 세 가지 실천 방법을 전하려고 한다.


이전글 : 05화 ‘유혹의 시대’로부터 나와 내 아이 지키기




첫 번째, “기다려” 훈련의 생활화



‘기다려' 훈련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강아지만 하는 게 아니다. 영유아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이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조금씩 기다리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잠깐 설거지를 하는 동안, 간식을 먹고 있던 아이가 다른 간식을 달라고 할 수 있다. 그 요구를 듣자마자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아주 잠시라도, 5초, 10초, 15초, 개월 수나 연령에 따라 다르게 조절해서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다.


응, 목마르구나? 엄마가 이 그릇만 깨끗이 닦고 금방 갖다 줄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아이가 기다렸을 때,


우와! 우리 뿅뿅이 잘 기다렸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칭찬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만족’을 ‘지연’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두 번째,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횟수 및 금액 한도 정하기


각 가정의 경제 상황에 맞게 엄마아빠가 정한다. 이 과정에선 절대 아이와 의논하지 않는다. 요즘엔 많은 부분을 아이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 자체는 아이를 존중하려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청소년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을 주는 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친구 같은 부모 보다, 경계를 확실히 그어주는, 권위를 갖춘 부모에게서 더 안정감을 느끼고, 그 경계 안에서 더 자유롭다.


우리 집의 경우엔 3만 원 대 이상의 장난감은 아이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에만 사주는 걸로 정했다. 그 외에 몇 달에 걸쳐 문제집 한 권을 다 풀었다던가, 엄마와 약속한 하루 루틴을 한 달 동안 잘 지켰을 경우에 그 성실함과 꾸준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1~2만 원 대의 장난감을 허용하고 있다.  

색종이나, 점토, 각 종 만들기 재료 같이 ‘교구류’에 속하는 것들은 낭비하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상시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장난감이 차고 넘치는 시대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해진 시기가 되기 전에 장난감을 사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기 전까진 사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기다려’ 훈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염려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루 이틀 지나면 까먹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횟수와 금액 한도를 정한 후엔 아이와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와 한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선 뒤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다.




세 번째, 함께 정리 정돈 습관 생활화 하기


아이와 함께 필요 없어진 장난감을 중고 장터에 내놓거나, 나눔 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공간이 쾌적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절제 있는 소비를 한다고 해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쓸모 없어진 물건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특히 장난감은 아이들의 개월수나 연령에 맞게 적절히 교체해줘야 하는데, 기존의 것을 처분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들이기만 할 경우 온 집안이 귀여운 쓰레기들로 가득 차는 건 순식간이다.


이때, 많은 아이들이 처분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예전에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거라 서운할 수 있지.
그런데 엄마가 지켜보니까, 최근에는 오랫동안 가지고 놀지 않았더라고.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아서 계속 쌓이다 보면
나중엔 집이 온통 장난감으로 가득 차서
뿅뿅이가 놀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질 거야.
우리 새로운 장난감을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주자!


그리고 정리를 다 마친 후,


우와! 장난감을 정리해서 놀이 공간이 깨끗해지니까 정말 좋다!  수고했어.


몰래 버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기억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으면서 없어진 것에 굉장히 서운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리 정돈의 비포, 애프터를 자주, 스스로 경험하다 보면, 물건들을 불필요하게 사들이는 일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 천천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기 절제력, 만족지연능력을 기를 수 있는 세 가지 소소한 방법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1960년대에 이루어진 '마시멜로 실험'에서 연구자가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건넨 후, 그걸 먹지 않고 20분 동안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실험이 끝나자 20분을 기다려서 두 개를 받아낸 아이와, 당장에 먹은 아이들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 후, 그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각각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추적해 본 결과, 만족지연능력을 갖췄던 아이들이 참지 않고 마시멜로 먹은 아이들에 비해 사회적 성취나 건강 등 여러 면에서 경쟁 사회에 더 잘 적응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라는 통계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이루어진 마시멜로 실험에서는 과거 실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의도적으로 적용해 다시 진행해 보고,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던 스벤 브링크만의 <절제의 기술>이라는 책 일부를 발췌해 보겠다.


미셸이 마시멜로 실험을 수행한 지 30년이 훌쩍 지난 뒤, 심리학자 셀리스트 키드와 동료들은 한 무리의 아이들을 실험에 초대했다. 키드의 실험 조건은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 가운데 절반은 자기가 말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연구자를 만났고, 나머지 절반은 믿을 만한 연구자를 만났다. 처음에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난 아이들 가운데 3분의 2는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기 위해 과자를 먹지 않고 15분을 잘 기다렸지만, 처음에 예측 불가능한 어른을 만난 아이들은 14명 중 단 1명만 15분을 기다렸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 개념의 자기 절제만이 아니라, 세상과 타인에 대한 신뢰라는 결론을 내렸다. 달리 말해 자기 절제 능력이란 오롯이 개인의 의지에 달린 인격 특성이라기보다는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략) 한 개인의 성공은 개인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내면적 심리 특징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나 양육 환경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P32~33


이 글을 읽고, 깊은 깨달음과 함께 엄마로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아이에게 부모는 온 세상이고, 우주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 ‘이 세상은 신뢰할 수 없는 곳이다.’라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약속은 아이가 세상과 맺는 약속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부모의 삶에도 변수는 늘 존재하니까. 그럴 땐 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는지 아이에게 잘 설명해 주자. 아이들은 그 작은 가슴에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품고 있으니까.




도움 되는 대목에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는 무시하세요.

-앨리스 워커-

당신만의 육아 방식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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