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새로고침하는 법: MRI 기계 위에서

몸이 하는 말을 새로고침하다.

by Sunyeon 선연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취약했다. 계획형 인간이라기보다 어쩌면 약속되지 않은 상황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 대강의 하루의 타임라인이 그어져 있고, 그 라인대로 따라가는 하루에서 안정감을 얻었다. 반듯한 사람은 아니었는데도,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때면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정쩡한 J처럼 산지가 어언, 아. 셈을 하려니 머리가 아파오니 그만두자.


그러고 보면 이번 주는 여러모로 변수가 많은 주였다. 갑자기 바뀐 스케줄 시간표 때문에 월요일 근무는 택시를 타고 출근했는데도 지각을 했고, 수요일엔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감을 쳤다. 예상치 않은 봄감기는 코 위에 걸쳐진 채로 낭랑한 비음을 토해내고 있었고, 목요일엔 실수로 브런치북 연재를 놓쳤다. 실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얼마나 정신없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매주 목요일 도장처럼 스스로에게 '참 잘했어요'를 찍다가 한 주를 건너뛴 것 같은 껄쩍찌근함에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브런치에 로그인했다. 키보드 앞에 앉아 잠시 깜빡거리는 커서 앞에서 정줄을 놓았다. 적막하게 '한 주가 끝났구나.'란 생각이 조용히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오늘 오후엔 고질병인 왼쪽 발목의 MRI를 찍으러 병원에 들렀다. 애매하게 "불안정해요" "완치 시기를 확정해 말할 순 없어요" 같은 진단만 줄곧 들어오던 차였다. 정밀 진단을 위해 발목은 시끄러운 기계 위에 얌전히 놓였다. 전자음으로 위잉거리는 엠알아이 기계 위에서 발목의 변수를 알지 못해 허둥지둥했던 지난날들을 지난하게 떠올렸다. 모두가 약속되지 않은 상황 내에서 흘러가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는 부상을 당하고, 이후 내내 불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그제야 나는 조금 확연해진 내 발목의 통증을 마주했다. 어째서 아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애매하지는 않았다. 내 발목의 확실한 상태를 알았고, 앞으로의 치료는 그 진단을 바탕으로 하면 될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애매한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명확한 진단명을 가지고 병원을 나선 오후. 발목은 여전히 시큰거렸지만 마음만은 조금 가벼웠다. 비싼 금액 때문에 자꾸 미뤄뒀던 검사를 조금 더 일찍 받았으면 좋았을걸, 싶었다.


앞으로도 나는 애매한 상황 앞에 설 때마다, 화들짝 놀라거나 동공이 커질 것이고 계획 외의 일이 벌어질 때마다 허둥지둥하기도 할 것이다. 경험이 쌓인다 해도 어딘가 늘 조금은 어설프겠지. 그래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돌보려는 노력만 멈추지 않는다면. 실비 청구를 위한 서류들을 챙기며 몸이 하는 말을 무시하지 말아야지, 하고 조용하게 다짐했다. 이만하면 괜찮지, 싶은 통증은 없다고. 이게 아니다. 싶게 아플 땐 바로 병원에 오자고.





이전 05화[F5] 서점에서 만나 서점에서 헤어지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