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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 Aug 06. 2021


나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어릴 때부터 참 힘든 과제 중 하나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으려 한다거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다. 소개하는 것을 낯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말을 꺼내려하면 어떤 틀 안에서 웅얼거리며 나를 설명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해야 하는 자리에서 동공 지진이 오지는 않지만. 글을 쓰려고 흰 창을 열어두니 깜빡거리는 커서가 새초롬하게 부담스럽다. 여전히.


최근에 느낀 나에 대한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참는지도 모르고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앓다가 병원에 가면 '거의 끝물에 오셨네요.'라는 표정으로 이삼일 치의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곤 한다. 익숙하게 약국에서 약을 타면 보통 끝나는 미션. 알약을 밀어 넣으려 물을 우물거릴 때마다 좀 일찍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이 정도면 괜찮아, 가 이 정도면 참을 수 있어, 인 사람이 늘 겪는 시행착오다. 스스로의 몸이 하는 말을 조금 더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결국은 또 '참을 수 있어.' 모드가 켜져서 조금 곤란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긴 하지만 잘 참는 내가 사실은 싫지 않다. 어떤 고통에 대해 내성을 키우기는 어렵지만, 어떤 감각들은 잘 참는 것만으로 덜 성가신 것들이 되기도 하니까.


또 뭐가 있을까, 나는 늘 지나치게 간절하다. 삶이 먹먹해질 때마다 '난 늘 뭐가 이렇게 치열할까, 또 뭐가 이렇게 간절해?'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던 적이 여러 번 있다지만. 지나치게 치열해서 열심히인 나를 늘 미워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힘을 들이면 되는 일도, 연필을 꽉 쥐듯 힘이 들어가 있을 때도 왕왕 있었다. 하기사 10년 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에너지를 컨트롤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들 앞에 서면 어설픈 것이 티가 나기 마련이고, 보이지 않게 땀을 뻘뻘 흘리며 등근육에 힘을 바싹 주게 되는 거다. 열심히 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생각했던 적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느끼는 것은,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귀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 공감도 지능이다, 라는 말이 있던데 열심히 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힘을 주게 되는 손 끝. 어떤 공간에서 그 자리를 애써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되면 참 , 좋겠다. 결심과 생각, 그리고 행동은 여전히 다른 층위의 것이라는 믿음. 오늘 글은 참 오래 걸리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쓰고 있다. 대견하다 나. 쓰담.


오늘은 낮 오후 기온이 30도 아래였다. 부러 조금 더운 , 그러면서도 시원한 듯한 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나는 유난히 계절의 빛과 시간, 그리고 온도에 민감하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고 기후에 대해서도 그렇다. 예민하고 민감해서 조금 더 잘 알아챌 수 있다. 이건 늦여름 오후 세시 즈음의 것이고, 이건 완전 찬 겨울의 빛 온도. 그리고 피부에 지금 닿는 이것은 늦여름의 그것. 별 것 아닌 것들을 알아채지만 어느 방향에서 어느 즈음의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플레어가 담기는지, 어떤 오후의 그늘에 서면 가장 예쁜 분산광이 느껴지는지. 어떤 자리에서 부드러운 빛이 가득하고, 어떤 색이 여름의 녹색인지. 누군가에게도 말할 리 없는 따뜻함을 알아채는 사람이다. 다행이라 여긴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시간대의 볕과 바람을 조금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 삶의 어느 부분이 조금 부드러워질 수 있다 믿고 있다. 보통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이런 감각들을 통해 쓰여지고, 기억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네가 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고 싶다는 믿음이 생기는 계절들이 있는데 사실 요즈음이 딱 그런 시기다. 다음에는 조금 덜 망설이며 입술을 열 수 있기를. 너/당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나에 대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열일곱 그때부터 쭈욱, 그대로다. 그러고 보니 참, 지겹게도 변함없다.


나란 사람.






ISO3200 / 칠월, 창밖은 오후 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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