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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 Sep 11. 2021

줄무늬 티셔츠

내 옷장에는 줄무늬 티셔츠가 참 많다. 언제부터 줄무늬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반듯하게 주욱 죽 일정한 패턴으로 그어져 있는 스트라이프나 패턴들을 보면 마음이 미묘하게 정돈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정확한 호, 를 이야기하자면 사실 줄무늬가 그어진 티셔츠가 좋다. 셔츠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라운드 티셔츠에 새겨진 줄무늬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특출 난 취향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최근엔 색깔별로 줄무늬 티셔츠를 모으고 싶다는 욕망이 슬쩍 들기 시작했다. 반듯한 옷장에 동일한 옷걸이에 좌르륵 걸린, 컬러별로 줄 선 줄무늬 티셔츠를 요일 별로 골라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항목이긴 하다. 사실 색깔별로 줄무늬 티셔츠를 모은다고 해도 매일 같은 패턴을 골라 입지는 않을 것 같지만.


여러 가지 색깔의 줄무늬 패턴이 있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흰색과 검은색이 이루는 줄무늬다. 그것이 그냥 기본의 그것다워서. 너무 촘촘하지 않은 율동감을 자랑하는 패턴이면 좋겠다. 적당히 널찍한 가로줄 패턴.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반듯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좋으면서도 입을 땐 조금 반듯한 기분이 드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아이템이라 좋고, 그러면서도 딱 기본의 아이템이라 좋다. 누군가는 너무 흔해서 싫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냥 누군가에게도 친근하게 느껴질 만한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게 줄무늬 티셔츠라고 생각한다. 옷장에 하나쯤 있지 않나요? 하고 묻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쓰다가 아무 생각 없이 시선 오른쪽의 베란다 행거를 본다. 무심하게 남색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걸려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상적인 감각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이미 줄무늬 티셔츠가 여러 벌 있는 사람의 흔하디 흔한 일상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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