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두 개의 온도

극과 극으로 비교되는 두 사람의 택시 기사

by 찰라


노년의 일상은 거창한 사건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인연들로 채워진다. 요양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위해 택시를 부르는 날이면, 나는 그 짧은 여정 속에서 세상의 온도를 가늠하곤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이렌 소리 요란한 119 구급차에 의지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이제 일반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조용히 감사한다. 삶의 회복이란 때로 이동 수단 하나가 바뀌는 소박한 변화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문을 나설 때면, 나는 습관처럼 미안한 마음을 먼저 품는다. 타인의 수고를 빌려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자각이 노년의 마음을 가끔은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만난 첫 번째 기사는 그런 나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차가운 무표정으로 맞이했다. 휠체어가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그의 앞에서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막상 실어보니 공간은 넉넉했으나, 차 안을 흐르는 공기는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그는 건물 입구와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 달라는 간곡한 부탁은 차가운 거절에 막혔다.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아내를 휠체어에 앉히고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밀어 올리며, 흔들리는 휠체어 바퀴만큼이나 내 마음도 작게 일렁였다. 불친절은 날카로운 상처를 남기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서서히 얼게 만든다는 것을 그 비탈길 위에서 깨달았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부른 두 번째 택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밝은 음성은 이미 절반의 구원이었다. 도착한 기사는 휠체어를 보더니 한달음에 내려 아무 말 없이 손을 보탰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나의 인사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간병하시느라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이 나도록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는 자신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다며, 돌봄의 무게를 잘 안다고 덧붙였다. 그 짧은 문장 속에는 단순한 서비스 이상의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다. 그는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요양병원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차를 바짝 붙여주었고, 아내가 내릴 때까지 정성껏 휠체어를 잡아주고 살폈다.


"복 받으세요, 기사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어르신."


멀어지는 택시의 뒷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도 온종일 마음이 따뜻했다. 같은 요금, 같은 거리, 같은 하루였지만 어떤 사람의 결을 만났느냐에 따라 세상의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삶이라는 길 위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동행들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표정 하나에 마음이 얼기도 하고, 건네온 따뜻한 손길 하나에 하루를 견딜 힘을 얻기도 한다. 나는 그날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나 또한 누군가의 고단한 길 위에서, 오늘 만난 그 두 번째 기사처럼 다정한 온기가 되는 사람이기를.


노년의 길 위에서 배운 것은, 결국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화려한 의술보다 한마디의 다정한 말과 잠시 내밀어 준 따뜻한 손길이라는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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