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침대에서 폴다폰처럼
접힌 채 칼잠 자다 낙상

간병인의 몸이 건네는 고단한 신호

by 찰라


병실의 밤은 낮보다 길고 엄격하다. 낮게 깔린 형광등 불빛은 결코 완전히 꺼지는 법이 없고, 기계음은 환자의 숨소리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24시간 간병을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곳의 밤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버텨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라는 것을. 환자가 잠든 사이, 보호자는 잠들기보다 야전 침대 위에서 폴더폰처럼 몸을 접은 채 밤을 지새운다.


간이침대는 사람 하나가 겨우 올라갈 만큼 비좁다. 몸을 옆으로 세운 채 칼날처럼 곧게 눕는, 이른바 ‘칼잠’을 자야만 간신히 몸을 눕힐 수 있다. 조금이라도 뒤척이면 여지없이 바닥이다. 평소 잠버릇이 험한 나는 늘 조심하고 또 경계했다. 하지만 인간의 육신은 밤이 깊어지면 스스로를 지탱하던 의지의 끈을 슬그머니 풀어버린다. 팽팽하던 긴장이 느슨해진 찰나, 몸의 중심도 함께 허공으로 쏠렸다.


‘쿵—.’


정적을 깨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황당했다. 고통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형언할 수 없는 민망함이었다. 혹여 누가 볼까 봐, 더 정확히는 깨어 있어야 할 보호자가 속절없이 추락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아픈 아내는 침대 위에 평온히 누워 있는데, 멀쩡한 보호자가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상황이 묘하게 서글펐다. 웃어 넘기기엔 당혹스러웠고, 통증에 화를 내기엔 이미 기운이 다 소진된 상태였다.


통증을 누르며 다시 좁은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몸을 세웠다.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더 얌전하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병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조용히 균형을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몸의 균형, 마음의 균형, 그리고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부심 섞인 감각까지 말이다. 좁은 침대에서의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내 면역과 기력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를 몸이 직접 온몸으로 써 내려간 경고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 덜 엄격해지기로 했다. 완벽한 보호자의 가면을 내려놓고, 언제든 넘어질 수 있고 지칠 수 있는 연약한 인간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병실의 밤은 여전히 길고 고단하지만, 차가운 바닥에 몸을 부딪쳤던 그 기억 덕분에 나는 내 한계의 지점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그 낙상은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르라고, 자신도 돌봐야 한다고 은밀하게 건네온 신묘한 가르침이었다. 칼잠 자다 낙상한 것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 쉬라는 예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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