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환자의 역사를 기록하는 의사

-20년의 신뢰, "교수님을 뵙기만 해도 병이 다 낫는 것 같아요.”

by 찰라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낸 아내의 안색은 몰라보게 환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의 얼굴에 내려앉은 평온함이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것은 최고의 인술과 의술로 환자를 보듬어 주시는 상급병원 심장내과 K 교수님에 대한 깊은 신뢰 덕분일 것입니다.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내의 가냘픈 생명선을 묵묵히 붙들어 주신 분이 아니던가요.


나는 요양병원의 어지러운 기록들을 챙겨 들고 서둘러 A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새벽부터 이어진 긴 검사 끝에 마주한 교수님의 진료실, 긴장 속에 마주한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따스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위험한 고비를 지나 잘 회복되고 있군요. 신장 수치를 제외하면 모든 지표가 비교적 양호합니다.”


교수님은 아내의 신장 기능을 고려해 약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조정해 주셨습니다. “영양제에 기대기보다, 정성 어린 음식으로 기운을 보충해야 합니다.”라는 명쾌한 처방에서 나는 진정한 인술(仁術)의 면모를 보았습니다.


“교수님을 뵙기만 해도 병이 다 낫는 것 같아요.”


아내가 수줍게 건넨 말에 교수님은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온화하고 겸손한 미소로 화답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기원전 4세기의 성인 히포크라테스를 떠올렸습니다.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는 명언을 남긴 그는, 신비주의가 만연하던 시대에 환자의 콧날과 눈매, 귀의 온도와 땀방울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던 관찰의 대가였습니다.


오늘 마주한 K 교수님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교수님은 차가운 모니터 속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으셨습니다. 풀스 캡 낡은 노트 위에 깨알같이 환자의 상태를 써 내려가고, 아내의 안색을 살피며 손수 혈압을 재고 직접 목과 다리를 짚어보는 그 세심한 손길. 그것은 환자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숭고한 정신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당신이 진료하는 모든 환자의 상태와 검사를 풀스 캡 노트에 일일이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록을 하면서 환자의 특성과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교수님을 뵙기만 해도 안심이 되고 병이 낫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형식적인 말만 남기고 사라졌던 요양병원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나서는 아내의 목소리는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여보, 교수님을 뵙고 나니 정말로 다 나은 것만 같아요!”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비로소 마음의 닻을 내린 듯, 음식도 곧잘 들며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순간, 아내를 다시 숨 쉬게 해 준 모든 인연에 감사를 전합니다. 심지어 고단했던 요양병원의 시간조차 너그러운 마음으로 껴안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으나 고귀한 의술의 정신은 유구히 흘러, 오늘 우리 부부에게 ‘집’이라는 평온한 종착지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헌신적인 손길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