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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Feb 29. 2020

기록치 않으면 기억치 못하니까

시작을 알리는 글


세계여행이 끝나갈 때쯤

여행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아 보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서점 여행 코너에

내 또래(?)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들의

여행 책은 이미 충분했다.


대부분의 여행책이 담고 있는

퇴사-역경-극복-깨달음-여행정보와

같은 똑같은 레퍼토리에서

나 또한 크게 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똑같은 건 싫은데 특별한 건 없고

특별하려고 쥐어짜다 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좌)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었다. 우)노트북위에 소중한 나의 일기장 두권

*현대모터스 2017 12월호 인터뷰 링크


세계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잘한 것들이 있다.


유럽에서 여행하는 동안 네이버에

여행기를 1주일에 한 개씩 연재했고


아프리카 5600km 횡단하며

12편의 일기를 기록했다.


치앙마이에서는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일지를 기록하다 보니

50편이 넘는 일지가 저장되었다.


현지에서 전달하는 이야기는

생동감 때문일까

다음과 네이버 메인에도 걸리고

접속자가 폭주하는 것도 경험해보았다.


세계 여행하면서 쓴 일기장 두 권은

배낭 속에 여권 다음으로

가장 소중하게 여긴 물건이었다.


영상으로 남긴 나의 여행기들은 지금도

나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그때의 추억들이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세계여행중 기록의 순간들



기록을 멈추지 않은 것.

돌아보니 당시엔 글 몇 자 기록할 뿐이지만

기억의 자산에 직인 찍는 행위였다.


세계여행이 끝나고 카페를 운영하며

2호점까지 '나름' 성공적으로 레이스 중인

나는 이 순간 또한 기록해야 한다는

갈증을 자주 느껴왔다.


일에 치이고 몸이 힘들지만 짧은 한 줄이라도

기록해야 사업 초반의 나의 젊음과 뜨거웠던

열정들을 되새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재밌지도 않고 영양가가 없을지라도

나의 운영 철학과 카페 사장의 소소한 일상이

여행기가 예비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듯

소수의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렇다고 누군갈 또 의식해서 쓰지는 않고 싶다.

최근의 일기장을 조금 작은걸 샀더니

할 말을 다 못쓸 때가 종종 있다.

일기장에 못다 한 이야기를 조금 더 메모할 뿐.


-


2020.02.29



우리 카페에 비치해둔 여행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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