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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바다 Aug 13. 2021

신 문물 배우기



날씨가 더워지니 걷기 운동을  오전 시간대를 바꿨다. 공원을 빠르게 걸으니 땀이  어깨 위로 뚝뚝 떨어진다.
평소에는 딸애와 함께 와서 10시 정도 운동이 끝나면 나무 그늘 벤치에서 아이스라테를 먹곤 했다
 그날은 혼자 와서 운동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데 아이스라테가 간절히 당겼다. 딸애가 매번 사러 갔는데 할 수없이 직접 사러 갔다. 서너 명 줄을 서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아이스라테요.
카페라테 아이스요?
네.
어떤 사이즈로 드릴까요?
큰 거요.
어떤 큰 거요?

뒤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눈치가 보인다. 운동 후라 얼굴이 벌겋는데 땀이 또  줄줄 흐른다.
그냥 카페라테는 보통을 먹었지만 아이스는 얼음이 들어있어서 큰 사이즈로 먹고 싶었다
거ᆢ 아니 제일 큰 거요.
몇 번 더 말이 오가고 나서야 샀다
커피 사기가 이렇게 복잡 다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저녁에 딸애가 가르쳐줬다.
커피가 큰 것 작은 것만 있는 게 아니고 저 집은 톨, 그랑데, 티 이렇게 세 가지 사이즈가 있다고 했다.

'그냥 대 중 소로 하면 될 것을.'
젊은 사람들이 마트에 가면 나이 든 사람 뒤에 줄을 안 서려고 하는 게 왠 줄 아냐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다고 했다
 엄마도 알아두면 주문을 한 번에 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  치매예방도 된다며  외워두라고 했다.

작년에 서울 다녀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렀다. 찐 옥수수를 사러 갔다.
계산은 어디서 하나요?
저기요.
손가락질 방향으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사람에게 또 물었다.
찐 옥수수 사려면 계산은 어떻게 하나요?
저기 가서 계산하고 오세요.
다시 가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사람이 아니고 사람만 한 기계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서서 해당되는 음식 사진을 눌러서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많은 사진 중에 내가 원하는 찐 옥수수는 없었다. 손가락을 우왕좌왕하다가 뒤에 줄 선 사람들이 부담돼서 비켜섰다.
찐 옥수수는 다른 기계에 있나 싶어 또 물었더니 그거라고 했다.
다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었는데 아무리 봐도  없었다. 뒤에 줄 선 젊은 사람이 화면을 넘겨주었다.

세상에,

그다음 면에 옥수수가 있었다. 넘기는 방법을 몰랐었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참, 허탈했다.
기계가 시키는 대로 카드 넣고 완료해서 옥수수를 샀다.

차에서 기다리던 남편이 왜 이리 오래 걸렸냐고 지청구다.
당신은 사오지도 못할걸.
나 없으면 돈 있어도 사 먹을 줄 모를 걸, 똑똑한 마누라 덕분인 줄 아시우.
신 문물을 배운 뿌듯함에 옥수수가 꿀맛이었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즐겁다.
커피 사이즈는 톨, 그랑데, 티 세 종류.

톨은 많이 주워 들어서 저절로 알았다. 그랑데는 발음이 좋아 쉽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티는 팬티로 연결해서 외우면 될 것 같았다.

어제는 남편과 공원에 걷기 운동을 했다. 운동 후 잘난 척한다고 남편과 아이스라테를 사러 갔다.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난 아이스 카페라테를 말하니 사이즈를 물어봤다. 머릿속의 자꾸 팬티만 생각나고  거기서 멈췄다. 다시 또 사이즈를 묻는데 그놈의 팬티만 자꾸 떠올라서 우물쭈물하는데 남편이
"대자로 주소." 했다.
알겠습니다 ~
라고 하며 대기 번호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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