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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 루틴으로 사는 이유

나를 바꿔주고 지켜주는 리듬

올해 초보다 약 7kg 정도가 빠졌다. 살을 빼기 위한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었다. 평소의 운동량을 늘리는 것, 먹는 양을 조금만 줄이는 것, 이게 전부였다. 운동량을 예전보다 늘려야 하니, 규칙적으로 시간을 배분해서 살지 않으면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규칙적 루틴이 생겼다.


5시 30분 기상 - 6시 30분 회사 도착해서 근무 - 퇴근 후 운동 시작 - 씻고 자유시간 - 11시 30분 취침


요즘 나의 평일 일과의 전부다. 일과 운동이 거의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규칙을 최대한 지킨다. 주말에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아침 운동은 꼭 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만약 저녁에 딱히 일이 없다면, 저녁에도 짧게나마 운동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창 시절의 여름방학 시간표를 짠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규칙적으로 먹고 운동하기 위한 패턴이다. 평일에는 주로 검도관과 트레이닝 센터에 가고, 주말에는 농구나 축구, 수영을 주로 한다.


먹는 데에도 약간의 규칙이 있다. 저녁 8시부터는 아무리 배고파도 물만 마시면서 다음 날까지 공복 시간 15시간 유지, 치팅 데이처럼 많이 먹는 날이 있다면 그날 이후 이틀 동안에는 최소한으로만 먹기가 전부다. 한 끼에 먹는 양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먹는 총량 자체는 줄었다. 처음에는 이 루틴대로 살려니까 배가 상당히 고팠지만, 차츰 익숙해지니까 이제는 루틴을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배탈 신호가 올 정도로 몸이 루틴에 익숙해져 있다.



정말 필요한 약속이 아니면, 주변 사람 만나는 일도 별로 없다. 혹시라도 나의 루틴이 깨질까봐 저녁 약속이나 1박 2일 MT 같은 일정도 어느 순간부터 일부러 피한다. 아무래도 저녁에 여럿이서 술 마시다 보면 많이 먹게 되고, MT 가면 먹을 거리를 너무 많이 준비해서 과식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그런 일정이 몇 번만 생겨도 몸이 급격히 무거워질 것만 같았다. 자연히 술 마시는 날도 줄었고, 밤늦게 뭘 먹는 날도 사라졌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먹는 루틴으로만 사는 게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만, 나름의 보람도 느끼고 성취감도 있다. 한동안 살도 찌고 밸런스도 깨졌던 내 몸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예전에 살 쪄서 입지 못했던 옷을 요즘 다시 입을 때의 쾌감이 같이 찾아온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함께,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줄어들고 있다. 무슨 운동 선수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루틴을 지키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어느 순간부터 루틴을 철저히 지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전적으로 나의 가족은 그렇게 몸이 건강한 집안이 못 된다. 통뼈 체질과는 거리가 멀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유전자도 딱히 없으며, 야외 활동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모두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 같은 건 없었다. 그 집안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내가 운동과 함께 하는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언젠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될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내 아버지도 40대 초반부터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기 때문에, 나 역시 건강 악화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게다가 주변에서 나이가 들며 급격히 건강을 잃는 사례들을 보면, 결국은 스트레스와 더불어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대사량이 줄고, 몸 안의 피와 열의 순환 속도가 줄어든다. 순환이 되지 않는 순간부터 여러 질병들이 내 몸을 스쳐가기 시작한다. 비만, 당뇨같은 증세도 결국은 내 몸의 순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그 능력을 잃지 않으려면 루틴대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더해보면, 일관된 삶의 태도를 유지해 보고 싶었다. 나는 소셜 미디어를 온통 스포츠에 관련된 글과 사진으로 도배해 놓은 스포츠 덕후지만, 스포츠 덕후들의 모임에는 잘 안 간다. 가끔 가면 대부분이 스포츠를 좋아하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덕후들이 정작 운동을 안해서 살이 쪄 있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것도 모순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으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을 것 같았다. 


예전에는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동 안하는 사람들한테 잔소리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약간의 노력만 들여서 루틴을 만들면 훨씬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삶을 향한 길이 열리는데, 본인들이 규칙적 운동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도 않은 채 인스타그램에 맛집 사진 잔뜩 올려놓고 살찐다는 푸념만 늘어놓는 것을 보면, 꼰대처럼 잔소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솟을 때도 있다. 


나는 몸이 건강해야 정신 건강도 챙긴다는 말을 진리라고 생각한다. 내 몸의 건강이 무너지면, 생각의 균형도 무너지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정신적 상처를 얻기 쉽다. 나도 한창 살쪘던 고3 시절이나 2년 전 즈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하락해서, 주변에서 하는 말 한 마디에 과민 반응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괜히 나를 저격하는 것 같았고, 그렇게 반응하는 나 자신도 싫었다. 그런 부정적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또 떨어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다행히도 몸 건강을 챙기는 규칙적 루틴을 만든 뒤로는, 그런 스트레스도 줄어들었고 정신 건강도 일으킬 수 있었다.


규칙은 지루할 지언정 나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되려 자유로운 흐름을 추구한다면서 불규칙하게 사는 이들에게 정신적 위기가 자주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불규칙한 리듬은 어떻게든 스스로를 한번쯤은 망가뜨린다. 특히 예술인들이 24시간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불규칙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정신적인 타격도 자주 찾아오곤 한다. 그들에게는 왜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번 마라톤을 빠지지 않고 완주하는 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몸 건강이 없는 이에게는 정신적 영감도 없다.


나는 오늘도 규칙적 리듬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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