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섯 리조또
올 초 처음으로 요리수업을 받아 보았다. 역시 고수의 가르침에는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일명 "킥"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그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요리 수업을 받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채식의 정점은 사찰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요리 수업을 참가한다면 사찰음식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것도 사찰음식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을 때이고 사찰음식을 배워도 손수 담근 장 종류 하나 없는 내게 사찰음식 수업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짝사랑을 접고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따졌을 때 더 마음이 가는 다른 요리 수업을 신청했었다.
이태리 음식을 먹으러 가면 먹고는 싶은데 살짝 죽 같기도 해서 사 먹기가 뭐 했는지 선뜻 주문하지 못하는 음식이 리조또이다. 리조또를 집에서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리조또용 쌀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파스타처럼 쉽게 만들어 보지도 못했는데 요리 수업에서 버섯리조또를 한다고 되어 있어 어떻게 하는지 수업이 무척 궁금했었다. 실제 수업에 가보니 요리 선생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은 한국 쌀로 만드는 리조또를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것을 보여주셔서 기대 이상으로 유용한 메뉴였고 수업 이후로 자주 만들어 먹고 있다. 원 래서피에는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양송이버섯이 사용되었는데 오늘은 집에 있는 표고와 팽이버섯으로 해도 되는지 실험 정신이 발동하여 만들어 보았다.
허브 종류로 타임과 이탈리안 파슬리가 필요한데 타임은 얼려둔 게 있어 넣기는 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어도 중요한 맛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 같다. 쌀이 거의 다 익을 즈음에 버터와 파마산 치즈를 넣도록 되어 있지만 이 재료들을 넣지 않을 때 오히려 버섯이 가진 향이 더 잘 느껴져서 혼자 먹으려고 만들 때는 넣지 않고 만든다. 이 리조또를 배우고 집에서 만들면서 버터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파마산 치즈를 넣은 리조또를 먹은 친구들은 버섯이 주는 풍미보다 파마산 치즈가 주는 감칠맛에 더 열광하길래 주객전도의 느낌이라 치즈도 빼보니 나에게는 맛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요즘은 이도 빼고 만들고 있다.
오늘의 재료는
- 집에 있는 표고버섯과 팽이버섯
- 양파
- 말린 표고로 우린 채수
- 올리브 오일
- 화이트 와인
- 허브 타임
- 마늘
- 소금과 후추
리조또는 우리네 죽과 달리 수분도 훨씬 적고 쌀알이 퍼지지 않고 살아 있어 씹는 식감도 있다. 태평은 리조또 쌀알의 약간 덜 익은 듯한 느낌을 싫어해서 물을 더 붓고 푹 익혀서 주는데 한국의 죽에서 국물만 좀 적은 버전 같고 이것도 나름 맛이 있다.
오늘 사용한 표고도 좋은 선택이었고 팽이버섯은 가녀린 자태와 달리 씹는 식감을 주는 버섯이고 맛있는 버섯 수분을 많이 내주지는 못하지만 이 또한 좋은 선택이었다.
채식 메뉴는 뭔가 맛이 다 순하고 착할 것만 같은데 버섯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이 음식은 매력이 넘쳐나는 사랑스러운 음식이다.
이 메뉴를 가르쳐 주신 백지혜 선생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