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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스 Oct 15. 2024

퇴사일기

Ep6. 5단계 퇴사 욕구 이론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해 퇴사학교를 만든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사람들마다 퇴사하는 진짜 이유는 모두 다르다. 기업, 직장 규모, 개인의 성향,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안정성에서 오는 권태로움이나 수직적 분위기였고 대기업에서는 내가 평생 추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였고, 중소기업에서는 연봉이나 처우, 근무시간으로 인한 퇴사가 많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불행한 이유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을 통해 퇴사의 사유를 큰 틀에서 5단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 생리적 욕구 : 인간의 기본 생존권과 관련된 1차원적 욕구. 먹고사니즘.

2. 안전의 욕구 : 고용 안정성, 워라밸

3. 애정, 소속감의 욕구 : 집단의 소속감, 동료들과의 유대감, 조직문화

4. 존경의 욕구 : 직장의 타이틀과 네임밸류

5. 자아실현의 욕구 :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적성에 맞는 일, 성장한다는 느낌.


1단계에서부터 욕구가 하나씩 해결될수록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전 단계를 클리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퇴사 고민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월급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졌을 때 워라밸을 생각하게 된다거나 6시 정각 퇴근은 좋은데 매일 봐야 하는 오피스 빌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1~3단계를 넘어서 5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 (4단계는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 일을 평생 추구하며 살 수 있을까. 20년 후의 이 자리에서(이 업종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장 플레이어들이 인정하는 준 전문가이자 일잘러 상사로 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계속 생각나는 대답은 NO였다. 


2년간 다른 직무를 경험해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실제의 결과는 많이 달랐다. 적극적으로 외부 사람들을 만나 협업하며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업이 요구하는 수준은 훨씬 높은 수준이었고 내가 따라가기에는 벅찼다. 비유하자면 안 맞는 옷을 입고 춤을 추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안 되는 거는 안 되는 거다 라는 말의 뜻을 체감했다.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입사하여 기본, 안정, 소속감의 욕구는 해결했지만 마지막 5단계에서 큰 난관을 맞닥뜨렸다. 퇴사하게 되면 다시 1단계의 문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숨만 쉬어도 초당 돈이 나가는 이 도시에서 다음 스텝을 내딛기가 망설여진다. 


알베르 까뮈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고 했다. 질식되어 가기 전에 넥스트 스텝을 내딛어야 할 텐데. 최적의 시기와 퇴사 플랜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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