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골프는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귀족 스포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많은 골프장이 생기면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린피는 낮아졌고, 넓은 동네 헬스장의 한쪽 구석에서 배울 수 있는 골프 레슨과 우리 집 옆 건물, 내 친구 집 지하에도 생긴 스크린 골프장은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골프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의 카드 할부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여전히 비싸지만, 적어도 내가 어렸던 80~90년대보다는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졌다. 물론 내가 골프를 쉽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금전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슬프지만 사실이다.)
테니스 역시 귀족 스포츠로 여겨져 왔고, 적어도 나에겐 현재 진행형이다. 테니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 그냥 배드민턴 채 같은 걸로(절대 배드민턴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공을 넘기는 운동이니, 네트와 적당한 공간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공 2개가 들어있는 1캔은 4,000원, 라켓은 15~30만원, 라켓에 매는 줄은 15,000원~25,000원, 테니스 코트 대여는 2시간에 8,800원~11만원까지 아주 다양하다. 많은 분들이 테니스를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에 테니스용 옷과 신발, 모자, 가방 등 액세서리는 모두 제외했다. 이렇게 세부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니, 테니스가 좋아서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너무 쪼잔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장비와 코트 대여료를 뛰어넘는 가장 무서운 존재가 있으니, 바로 레슨 비용! 테니스 레슨은 보통 20~30분이 기본이다. 요즘 실내 테니스가 많이 생기면서, 레슨 전 준비운동 10분, 레슨 20분, 볼 머신 20분, 마무리 운동 10분, 1시간 코스라고 길게 설명 하지만, 실제 레슨은 20분 뿐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1번 수업을 받는 금액은 16~20만원 정도. 즉, 20분 수업이 4~5만원 수준인 것이다.
수업 비용이야 그렇다 치고, 수업 시간은 왜 이렇게 짧은 것인가? 하지만, 실제 레슨을 받아 본 사람은 알고 있다. 20분 레슨 중에도 숨이 턱까지 차서 속에서 넘어오는 것을 뿜어내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는 사람도 있고(실제 코트에서 뿜어 낸 사람의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 들었다), 제발 그만해 달라고 코치님께 애원을 하며, 내가 돈을 내고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후회하기도 부지기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20분은 적당한 시간이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꾸준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수학 공식도, 영어 단어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지 않았던 나에게 레슨을 그렇게 한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 주 1회 20분씩 레슨을 받는 경우, 얼마나 돼야 선수처럼 공을 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평생 가도 불가능할 것이다.(이건 확신할 수 있다.) 보통의 운동 신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최소한 6개월은 지나야 네트를 넘겨 상대방 근처까지 공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배우기 어려운 운동이기에, 또한 이쁘고 멋진 폼을 가지기 위해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레슨은 필수다. 그래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동호회 B.V. 형님, 누님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금까지 레슨 비용으로 코치에게 중형차 한 대는 사줬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 역시 나를 빼고, 아내와 두 아이 레슨 비용만 매달 월급의 10% 정도를 보내드리고 있다. 코치님들 중형차 사드리려면 아직 멀었으니, 열심히 배워서 가족모두 재미있게 운동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