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경탄을 금치 못한 채 망연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주방에 난 작은 쪽창에 둘이 들러붙어 열심히도 해를 바라보았다. 이마가 따끈따끈해짐을 느낀다.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는 대략 1억 5천만 km. 실감도 나지 않고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마가 데펴지고 있다.
"와 와~"를 외치며 딸은 다시 침대로,
나는 일어난 김에 세수를 하고 강아지와 함께 아침산책을 나선다.
사실 조용히 발 담그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 커뮤니티인 라라크루에서 '새라라'라고 이름 붙인 '줌으로 아침 리츄얼 함께 하기'프로젝트에 동참해 보고자 마음먹기도 했던 터였다. 오늘은 줌을 켜지 않고 세상의 아침을 걸어보기로 한다.
오늘의 두 번째 감탄사, '어쩜'
구름이 한 점도 없는 파아란, 말 그대로 파아란 하늘.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예술의 최고봉은 자연이 아닐까.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언제나 마스터피스이다.
붉은 해를 보고 파아란 하늘을 보고.
오늘은 벌써부터 하루의 스펙트럼의 끝과 끝을 다 경험한 듯 충만하다.
길을 걷다 보니 여기저기 온통 헤쳐져 있다. 뭔고 가만히 보니 소행의 주체는 개미였다. 밤새 얼마나 열심히 일한 것인가. 일과 노동이 주는 고단함과 지침을 아는 나이가 되어보니, 열심이라는 것은 언제나 미루고 싶은 일이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보니, 새삼 개미가 존경스럽고 실오라기 같은 작은 생명체에게서 배움의 깊은 울림을 전해받는다.
[아침 풍경 2막] 딸과 아침 밥상에 나란히 앉아 오늘 해프닝의 소회를 나눈다.
"엄마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잠들어 있던 어제도 그제도, 우리가 오늘 봤던 그 태양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겠지!
그게 너무 감사해.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아주 많은 것들이 우리를 비추고 우리를 보호하고 있겠지! 우리가 밟고 있는 땅, 보이지 않는 땅 속의 움직임, 우리를 먹이고 살찌우는 고기와 풀들, 그걸 만드는 수많은 손길들, 허공을 채우는 보이지 않는 미립자들의 안정적인 구성, 지금 우리가 맡는 냄새, 습도, 공기.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우리와 세상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참 감사하다."
"어우 엄마 말 들으니 진짜 그렇네.
그렇게 생각하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달리 보인다."
[아침 풍경 3막]
나의 오전을 함께 할 꺼리들을 펼쳐놓고
어제 사 온 코스타리카 원두로 커피를 내려
버려진 양말목으로 한 땀 한 땀 꿰어진 컵받침 위에 놓는다. 컵받침의 씨실과 날실의 교차에 집중했을 딸아이의 눈망울과 작은 손놀림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에
가만히 들어보는 소리에
그렇게 느껴보는 세상의 메시지에
선하고 좋은 해석을 상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음에그저 감사한 아침이다.
오늘이라는 무대의 나머지 막이 마저 펼쳐지고 있다.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또 어떤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마주하게 될까.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희극으로, 때로는 비극으로 시간이라는 무대를 걷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그 모든 순간에,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따스하게 빛을 비추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