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아티스트 데이트 장소는 정발산과 예술의 전당 마당입니다.특별한 데이트라 할 것 없이 바쁘게 보낸 한 주일이었으나,한 주일 속에서 제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일상의 기록을뒤져봅니다.
베르나르 뷔페 전시 마지막날, 벼락치기하듯 뭉크전과 뷔페 전을 모두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전시도 좋았지만, 나오는 길에 만난 저 풍경이 뇌리에 새겨졌습니다.
오른쪽으로 옛 건물의 흔적을 간직하기 위한 낡은 골조가 전시되어 있고, 그 옆을 걸어가는 연인 그리고 가로등과 초승달.
저 모습이 뭉크와 뷔페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과거를 묵직하게 안고도 계단을 오르듯 한 단계씩 빛을 향해 걸어가는 길.
선악의 피안을 향하는 여정에 따스한 가로등 불빛 같은 한 사람을 기다리고, 그 한 사람이 있어서 계속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쩐지사진 속 여정이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듯 보였습니다.
상징이 예술의 표현이자 수단이라면 일상 속에서 상징을 발견하는 일 또한 예술이며,그래서 일상 속 숨은 메시지를 찾는 모든 이가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상의 배경이 온통 예술이고, 잠시라도 그 눈을 뜨는 아티스트 데이트의 순간이 예술과 동화되는 순간 같습니다. 내 주변을 둘러싼 무한의 전시를 언제든 즐길 수 있습니다. 잠시 의식의 눈만 뜬다면.
이슬 머금은 메리골드
높이 쓴 왕관 위에 개나리 장식을 한 백일홍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잎의 끝자락부터 노란 물 들여가는 은행잎
빨랫줄에 빨래 널듯 은행열매가 널린 가지
길바닥 틈에서 자라난 이름 모를 풀
모두 다른 생명체가, 각기 다른 속도와 모습으로존재하는 저 모습. 그리고 제가 보낸 한 주일의 감상에'조화'라는 키워드를 붙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