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사 Nov 20. 2023

손글씨로 내면아이 치유가 되나요?

리사의 love yourself

손글씨와 웹상에 쓰는 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손으로 직접 쓰는 글들이 더 무의식에 반응하는 것 같다. 촉각,시각, 공감각적 느낌이 더 활발해진다.


내 삶에 글쓰기 치유가 찾아온 후, 다양한 방식으로 나는 글과 만난다. 어떤 형태든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치유이고, 기쁨이고, 성취감이고 행복이다. 글을 쓰고 있으면 몸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등이 따뜻해진다. 누군가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느낌이랄까. 내 몸은 하나지만 내 안의 다양한 내가 나와서 나와 얘기 나누고 소통하고 알아봐 주는 기분이 좋다.



최근에는 좀 유치하지만 어릴 적 느끼던 크레파스 질감이 좋아서 오일파스텔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볼펜으로 쓰는 작은 글씨가 아니라 큼직하게 쓰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다. 뭔가 내 안에 갇혀 있던 욕구가 툭 튀어나와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간다. 아, 너는 이런 말을 자고 듣고 싶었구나. 아, 너는 이런 말을 눈치 보지 않으며 막 외쳐대고 싶었던 거구나. 나는 어느 때 보다 활발하게 색색의 펜과 오일파스텔, 형광펜 등으로 나의 묵은 감정과 소통한다.



때로는 아이의 그것처럼 유치하고, 가벼우며, 때로는 어른의 그것처럼 진중하고 무겁다. 그 무엇이든 어떠랴, 내 안에는 이렇게 내면 아이도, 어른 자아도 함께 하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으며 어느 날의 통합된 자아를 기쁘게 만나기 위해 늘 이렇게 고군분투 중이다.


주로 무의적으로 쓰게 되는 말, 혹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런 것들이었다.


"너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소중해, "


"괜찮아, "


"안 괜찮아도 괜찮아, "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대부분 마음에 긴장감이 많은 내게 필요했던 위로들이다. 늘 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나 보다. 아주 아주 성공한 삶을, 그래서 돈을 아주 아주 많이 버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엄마, 아빠의 불행은 돈 때문이라 생각했고 돈이 우리 모두를 구원해 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돈이 행복에 한몫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전부가 아닌 일부임을 알게 된 어른이 되었다.더 중요한 건 마음이다. 바로 마음이 행복을 좌우한다.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할까? 나는 그 부의 크기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부라는 것은 끝없는 목표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뭔가 성취하고 싶은 그곳에는 또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고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사로잡힌 듯 삶을 항해한다.


오늘 나는 그 항해의 중간쯤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이대로는 괜찮을 수 없는가?


나는 대답했다.


지금도 충분히 나는 괜찮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어. 그 이유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지 않아. 돈이 많아져도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나는 하고 살 것 같아. 다만 더 많이 나누고 싶은 욕구 실현이 더 잘 되겠지.



그래. 어쩌면 부족하다 느끼는 마음은 착각일지 모른다. 이미 모든 풍요가 내게 있는데 결핍에 초첨을 두었는지도, 남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아파트 평수, 명품가방, 좋은 차, 아이들의 값비싼 교육등, 이 모든 것들이 내 행복을 말하지는 못한다.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내게 가진 것들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누리는 마음이다. 다 가질 수도 있지만 다 가질 수 없어도 괜찮다.


괜찮아,


하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여전히 나는 괜찮지 않은 여러 날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을 줄 안다. 오늘도 괜찮다. 글을 쓰는 내가 있고, 그걸 따뜻하게 지켜봐 주는 내가 있다. 등 뒤에 오는 따뜻한 온기는 내 내면의 꿈틀대는 자아들의 열정일 것이다. 너는, 이렇게 사랑이 가득하고, 표현하길 좋아하며 사랑을 베풀고 싶고 기분이 좋은 날 좋은 기분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고 싶은 순수한 영혼이구나.  묵은 무거운 에너지의 너마저도 있는 그대로 환영할게, 그렇게 오늘도 나는 셀프토크를 글쓰기로 하며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쓰고, 읽고, 느끼고, 말하고, 행한다.



그 모든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며, 살아 있어 뭉클하게 한다.


오늘도 좋은 날이다. 당신에게도 햇살이 전해지길 바란다. 등 뒤로 따스한 온기가 연인의 포옹처럼 달콤하길..




매거진의 이전글 그만 안녕, 고마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