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가 다시 따뜻한 낮의 느낌, 어제는 다정하던 연인이 오늘은 세차게 나를 밀어내는 느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너만큼 가을 날씨도 하루 내내 변화를 거듭한다. 그래, 가을엔 좀 그럼 어떠랴. 아무렴 누구도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네 앞에서 정상이기 어렵다.
남아 있는 감성이 있어 감사할 뿐. 언제가 이 모든 일렁임도 다 사라지고 날씨와 계절 변화 앞에 아무런 감흥이 없을 때가 오겠지. 그것이 더 슬프다. 오늘 내 가슴이 뻥 뚫려서 시린 만큼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그날이 더 슬플 것 같다. 가로수 길 메타쉐콰이어가 제대로 색이 들었다. 오렌지와 갈색 그 어느 사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뭇잎이 있어 덜 시리다.
가을 메타쉐콰이어 사진을 보내며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 가로수길 단풍이 제대로 들었어. 네 생각이 나지 뭐야."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어 참 다행이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찬영이 노래를 들으며 귀도 달콤, 입도 달콤, 마음도 달콤해져도 좋다. 무한 반복되는 찬영의 노래를 들으며 창밖의 메타쉐콰이어를 멍하니 응시하는 나.
어쩌다 벌써 11월의 끝자락이란 말인가. 올해는 뭘 했던가. 나는 또 지난날의 나에게 묻는다.
"아니야, 그냥 묻지 마. 즐겨, 지금 이 순간을 즐기란 말이야."
다시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 와서 현재에 머문다. 잘 살았다. 뭘 하든 뭘 안 했든, 우리가 늘 놓지 말아야 할 것은 행복할 수 있을 때 행복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