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안녕
너는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내게 탄생했고
너의 소멸은 이미 닫혀 버린 문을 잡고 있던
그 문고리를 놓으며 시작되었다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 닫힌 문으로
작은 창문이 이따금씩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였다
마치 억겁과도 같은 시간,
연약한 마음에 작은 꽃 한송이가 피려 한다
칠흑같이 어둡던 닫힌 그 문에
가끔 열리던 작은 창으로
나는 숨을 쉬었다
너 아직 거기 있구나, 잠시 안도하며..
너 아직 거기 있지?.. 홀로 메아리치던 소리가
다시 내게 돌아올 무렵
그 작고 작던 창은 급기야 바늘 구멍만해 지다가
점점
점점
침묵으로 메워졌다
너의 끝은 침묵.
침묵은 무관심.
너는 어찌하여 하필 내게..
내게 왔던가.. 어떤 인연으로 하여
내 가슴에 구멍을 이리도 크게 내는 가
네가 탄생하던 날,
나는 세상 전부가 되어
이대로 삶이 마침표를 찍는다 해도 좋겠다
말하던 철없던 아이
삶은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백만번은 붉은 칼날을 맞아야
다시는 붉은 고통에 물들지 않는다는 걸
배우는 곳
아이는 성장해야만 그 고통과 이별하고
다시 탄생을 안을 자격을 부여받는다
탄생은 곧 삶,
삶은 곧 순환.
그대는 무엇의 탄생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가
그대는 무엇의 소멸을 겁도 없이 껴안았는가
순환의 수레바퀴 아래,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기다려 준 그 심장에
이제.. 한 송이 꽃이 피려한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가슴이 되어
억겁의 세월을 기다려도 다시
네가
내게
탄생하길 기다리며
너의 소멸을 찬란하게 안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