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루냐 음악당의 첫인상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나 큰 대형 건물이 길거리에 있는 걸까? 궁금해지는 어마한 모습이었다. 외형의 화려한 외관도 훌륭하지만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래진다. 어떻게 이렇게 구성했지? 1층 무대를 조각으로 만들었는데 부조로 사람들의 상체가 벽을 뚫고 공중으로 튀어나오려하는 역동적인 형태이다. 음악이 좋아서 벽에서 나오려는 느낌의 형상으로 한참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2층인가 3층에 올라갔을 때 모두 탄성을 내지른다. 누가 찍어도 사진이 예술처럼 나오는 공간이다. 가우디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천재적인 건축가' 루이스 도메네크 몬타네르'의 걸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돌로 만든 큼지막한 2천송이의 장미조각들이 잘 어울렸고(음악당이 석조정원이라고 알려졌단다) 화사한 빛깔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자연채광)이 이천송이 장미를 비출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놀랄 아름다움이다. 낮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니 투어를 신청한 나를 정말 칭찬해. 정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일한 콘서트홀로 세계최고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위대한 작곡가들을 위해 헌정한 작곡가 조각상도 눈에 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실물의 아름다움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과 무대를 보는 사람들 모두를 황홀경으로 이끈다.
투어를 마치고 나서 내가 한 일은? 콘서트를 당장 예약한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내가 예약하려는 공연이 까탈루냐 작은 소극장 공연이라며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관심이 가고 일정도 맞는 공연을 고르고 원하는 좌석을 말하자 직원은 당신이 선택한 곳은 내부의 아름다움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면서 비싸지만 좋은 좌석을 추천해주었고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매우 훌륭한 자리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서 음악 감상을 하다니. 소름 돋는 경험이었는데 아름다운 곳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듣는 난 행운아다. 바르셀로나에 10일을 머물렀기에 가능하지.
(콘서트홀의 음악 울림은 런던 공연장이 더 훌륭했다 그곳은 너무 소리가 정교해서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의 소리로 만든 소음이 음악으로 사용되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작곡가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에서 공연해서 기대한다는 얘기로 유쾌하게 시작한다.
지휘를 하셨는데 곡의 배경이야기, 자신의 이야기, 이혼한 아내와 사랑이야기 물론 내가 영어를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재치있고 유머가 넘친다. 나도 나중에 강의할 때 저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콘서트홀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공연을 끝났는데도 사람들이 홀밖을 나가지 않았다는 거다. 모두가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Oh! 비명을 내지르면서 사진을 찍는 신기한 경험이다.
공연장을 나오자 마자 상그리아 한잔이 고프다. 콘서트홀 바로 앞 바는 자리가 꽉차서 다른 곳을 찾아서 빙빙 돌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지 않고 음료만 먹어도 되는지, 상그리아 주문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놀랍게도 가능하단다. 좌석은 안되고 바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 마저도 운이 좋았던 거라 감사히 받아들인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마음에 들고 은은한 불빛도 좋다. 상그리아가 그들의 메뉴에는 없었다. 특별히 만들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난 너무나 지쳐서 앉아서 쉴 곳이 필요했고 아름다움을 흠뻑 먹었기에 그 밤에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친절한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곳의 분위기와 마음에 들어온 음악으로 난 그저 그렇게 멍때리기를 즐긴다. 물 한잔도 무료로 주셔서 덕분에 상그리아 취기를 가라앉히고 나올 수 있었다.
다시 와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좋은 공간이었는데 사진과 영상을 찍었는데 도난 폰에 들어있어서 너무 속상하다.
귀가 길에 독특한 바를 발견한다. 늦은 밤인데 아, 스페인은 늦은밤이라는 개념이 없지.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바.
무얼 판매하는지 알 수 없는 곳이지만 호스텔 근처라서 폰 밧데리가 방전이 되더라도 안심이 되어(해외에서 밧데리 방전은 길거리 미아가 되는 셈) 들어서는데 입구에 날 것의 해산물들이 잔뜩 있다. 원하는 해산물을 고르면 즉석에서 구워주는 것 같았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이미 상그리아를 한잔 먹었는데 이곳에서 꼬치만 먹을 수 없으니까 음료를 마셔야 한다는 것. 물배를 채우고 싶진 않은데 라는 생각으로 꼬치와 물을 주문했다.
이거 너무너무 맛있다! 꼬치를 하나 더 주문하고 그들이 추천한 까바까지 주문했다. 꼬치와 까바는 깔끔하게 너무 잘 맞았다.
상그리아 한잔을 마시고서 겁도 없이 까바에 도전하다니. 괜찮아. 술 안주가 충분하니까.
기분 좋게 그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예상에 없던 뱃속에 꼬치 두개를 넣어 든든히 채우고 머리는 알코올로 채우고 흥겨운 밤이다.
폰이 도난당해서 사진이 없어서 음악당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 음악당 투어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진행되었는데 영어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기다려야했다.
음악당 야외 테라스가 무척 근사해서 다시 와서 메뉴델디아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결국 식사를 하지 못한다. 음악당 투어를 기다리면서 외부여서 더웠지만 (음료만 먹는 사람은 외부에서 먹어야했다. )햇살 좋은 곳에서 시원한 음료 한잔과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여유를 즐겼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음악당 투어 음악본당에 들어가기 전에 이곳저곳을 보여주는데 투어가 아니라 음악티켓만 있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비밀 공간도 보여준다. 투어를 신청하기 전에 이미 스팟을 봐두었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으면 좋은지 잘 알고 있어다.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그네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그 공간에서 서 볼 것을 주문했더니 과감하고 멋진 포즈를 취해주셨고 어머나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멋진 작품들이 나왔다. 외국인들은 정말 포즈가 대담하다.
남자분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지만 말을 하지 않고 옆에 서 계셨는데 그 눈빛을 읽고 적극적으로 찍어주겠다고 하자 수줍게 사진에 응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길가다가 그 분이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셔서 나역시 반가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찍어주는 일이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봉사이자 선물이었던 것 같다. 그 나눔으로 나역시 기쁘고 행복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