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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Jan 12. 2023

‘좋은’ 피드백이 조직에 해로운 이유

아래 글은 2020년 12월 1일,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스타트업의 채용인터뷰에 단골로 곁들여지는 질문이 있다. 바로 “피드백”에 대한 질문이다. 


‘길동님은 이전 직장에서 주변 팀원들에게 주로 어떤 피드백을 받았었나요?’
‘주변 동료분들은 둘리님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요?’
‘동길님은 리더에게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했었나요?’


 물론 세부적인 내용과 판단 기준은 해당 사람, 직군,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협업’과 ‘성장’이 중요한 키워드인 환경에서 지원자가 양질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채용인터뷰 이외에도 대다수 회사의 인사팀, 조직문화팀 혹은 피플 & 컬처팀으로 불리는 곳에서는 바람직한 협업문화, 건강한 피드백 문화(시스템)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쓴다. 피드백에 대해 다룬 다양한 책, 기고문, 기사, 사례, 이론들도 넘쳐난다. 개인과 조직이 성과를 내고 성공하기 위해서 피드백이 그만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투명하라!
 진실을 담대하게 마주하라!
 모든 종류의 피드백이 거침없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한 조직들의 성공방정식으로 여겨지는 명료한 방법론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내용들, 어디선가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나도 안다’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정말 이해했는지, 체계적으로 안착시키고 성과와 목표달성에 이르는 문화를 안착시켰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일까? 좋은 피드백이란 정말 존재할까?


 지금까지 고민해 온 결과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피드백인 것 같다. 그런데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감정과 감성이 앞서는 인간으로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다. 누군가 나에게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쓴소리이지 않은가? 쓴소리를 들을 때면 심장은 벌렁벌렁, 호흡은 가빨라지고 겨드랑이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하며, 콧잔등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만큼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떤 때는 억울한 마음까지 생겨나 닭똥 같은 눈물이 막 맺혀버릴 것만 같다.  


 우리가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감정의 늪에 빠질 때, 진실을 거부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현상 중 일부다. 사람에 따라서는 진실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길고도 멀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지거나 어색해져 어떠한 진실도 소용없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괜히 쓴소리, 솔직하게 피드백 했다가 돌아올 피해가 두렵고 내 커리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한다. 그리고 타인이 자신을 좋게 봐주길 원하며 관계가 틀어지거나 멀어지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두려워한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부족함이나 미흡함에 대해 말을 꺼리게 되는 동시에 스스로 부족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도 숨기려 하게 된다. 스스로 진실을 말 할 용기가 없어지면서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배울 수조차 없어진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좋지”라는 생각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마음의 작용들은 결국 진실을 가로막는 요인, 건강한 피드백을 막는 요인이 된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과 성공은 조금씩 멀어져간다. 업계에서 흔히 정의하고 기피하는 관계중심 혹은 관계지향의 문화가 형성된다. 피플&컬처팀은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장애물들을 차근차근 없애주는 역할을 맡는 팀인 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개인과 조직차원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탐구하고 적용해보는 거다. 그런데 나는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 관점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상적인 대화와 생각에서 감정적인 영역을 최대한 이성의 영역으로 전환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고 나쁨(호불호), 옳고 그름(시시비비), 선하고 악함(선악) 등은 주관적이며 관념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차원의 기준이다. 


 “그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이 데이터까지 챙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좋았는데요, 나머지는 조금 별로인 것 같아요.”


 이런 종류의 생각과 대화들을 일정한 원칙과 기준에 근거한 관점, 적합과 부적합 혹은 건강과 안 건강함 등의 말로 전환해보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고객들이 기존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의 목표달성에 적합하네요.”

 “앞으로 이 데이터까지 챙겨주시면 제품기획에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애초의 기획의도를 충족했어요. 정말 추진력 갑이네요, 그런데 나머지는 처음 합의했던 내용과 다른데 이유가 있었을까요?”


  건강한 피드백, 적합한 피드백은 잘한 일에 대한 칭찬과 격려,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한 적확한 지적으로 구성된다. 애당초 합의하거나 설정했던 기준/원칙 혹은 기대치와 비교해볼 때 자신이 얼마나 잘 했는지 혹은 부족했는지, 무엇이 강점이었고 약점이었는지, 무엇을 더 보태거나 제거해야 하는지 등의 진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과 조직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달성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핵심적인 관점이다.  


 개인과 조직이 마주해야 할 진실을 가로막는 감정과 장애물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차근차근 제거하면, 모르는 부분과 약점, 실수 혹은 실패마저도 스스로 솔직하게 공개할 수 있는 담대함을 갖게 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성의 영역에서 온전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여기서 피드백과 성과평가/보상을 연결해야하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주제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도움, 역량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내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향한 진실을 추구할 수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고 로봇도 버그가 생겨 오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은 없고, 완벽한 인사도 없다. 몇 날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갑론을박하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어도 이야기 거리가 넘쳐나는 주제인 [피드백], 망망대해에 놓인 채 답을 얻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건강하고 발전적인 피드백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개인과 조직이 변혁의 속도를 높이고 끝내 함께 성공하도록 나아가는 그 여정에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해주시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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