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같은 인생, 메르스 오면 죄 없이 갇히는 인생
(2017.11.28) 대형서점에 가면 트렌드가 보입니다. 지금 서점 메인 코너에는 심리학 서적과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위로를 던지는 에세이가 즐비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자리에는 자기계발서와 성공방법, 똑바로 살라는 메시지를 담은 ‘독설’ 에세이가 차지했습니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는구나 느꼈습니다. ‘성공성공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 지쳤구나. 그렇다면 지금 던지는 ‘위로’도 트렌드가 되어 다시 똑바로 살라고 소리칠 수도 있겠지?’
나는 7%짜리 낙타, 그래서 행복한가?
고등학생 때는 인서울 대학을 못 가면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때부터 기자가 하고 싶어서 무조건 인서울인서울 못가면 낭떠러지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인서울에 성공한 4년제 대학 진학자 비율과 청년 정규직 비율이 둘다 ‘7%’로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기 때문이다.(아시아경제 2017.11.8 보도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110810390330789)
지금 저는 인서울 출신이고, 졸업 직전 기자가 되었고, 정규직이니 어쨌든 7%에 해당하네요. 이정도면 바늘구멍을 들락거리는 낙타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해외에서 대학나오고 대기업 취직하면 0.000007% 이고, 이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사이언스에 의거한 계산이 나옵니다….)
비율로 보니 굉장히 대단해보이는데(내 주변인들 거의 다 이렇긴 하지만…),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할까요? 친구야 넌 행복하니?????
솔직히 행복, 불행을 떠나 핵!노!잼!입니다. 뭔가 정말 중요한 것을 계속 놓치고 살았나 하는 느낌이예요.
왜 입학과 취직에만 목맸을까?
인서울대학교에 가야하고 기자가 되어야 해. 이 목표에서 간과한건 ‘인서울 대학에 가고 기자가 되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적성에 안맞는 공부 엄청 하고, 도움 1도 안되는 토익공부를 하고 요런 희생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핵심을 놓쳤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어요.
대형서점에 널린 에세이가 어딘가 불안한 이유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괜찮아서 될 게 아니야. 과거에 정말 중요한 것을 너무 많이 놓쳤어…
그렇다고 학교와 취직이 별게 아니야~ 나는 하고 싶은 거 할꼬야~~~~라며 돈 벌지 않고 자기발전에 관심이 없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게 절~대 아니예요. 오히려 이런 사람들과는 말이 잘 안통해요. 치열하게 산 사람들은 존경할 수 있지만…
다만 무엇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주관은 필요한 것 같아요. 대형서점의 메인코너가 수시로 바뀌고, 기자들의 업무를 모두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나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