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4_결단의 힘은 어디서 올까

재밌다, 재밌으니까 재밌다

by 안기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누나, 이 국자 몇 년 된 거 같아?"
"몰라."
"10년 넘었어! 아니야, 20년 됐나? 암튼 우리집에 뭐 하나 들어오면 기본이 20년이야. 으으으으"


동생이 지겹다며 몸서리를 칠 정도로 저희 집에는 뭔가 하나가 들어오면 부숴지기 전까지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특히 주방용품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금방 자리를 비켜줬던 물품들도 있었습니다. 장난감이나 전집 등은 자리를 차지했다가 금방 나갔습니다. 왜냐면 저와 제 동생이 컸으니까요.


액세서리는 사랑받는 여자라는 증거, 라는 말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장난감은 부모님의 사랑을 증명하는 한 가지 표식 같습니다. 마음껏 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장난감이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가지고 놀며 즐거워하길 바라는 마음,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토이스토리3>가 성장을 말했다면 <토이스토리4>는 독립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했다면, 그 다음단계는 이제 스스로 완전해 지는 것이다"


사실 우디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주인에게 충성하고 그를 위해서 위험한 모험을 감행합니다. 스스로 '난 쓰레기~룰룰루~'라고 노래 부르는, 쓰레기통에 지 발로 걸어들어갈 때 '그래 거기가 네가 있어야 할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금방 버려질 장난감조차 지키기 위해서(철저히 주인을 위해) 난리법석. 하여튼 좀 고집이 셉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장 답답하고 힘들고 무언가 꽉 막혀 있는 느낌을 받은 인물은 우디 자신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 수 있습니다.


그저 성실히, 그동안의 주어진 인생의 임무를 충실히 했고 그게 몸에 뱄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 처럼.


그런 사람이 새 세상에 쉽게 뛰어들 수는 없습니다. 수천 번, 수만 번의 고민을 해도 모자랍니다. 그동안은 주인을 위한 모험과 위험을 감행했지만 나만을 위한 모험과 위험은 감행한 적이 없었던 우디. 이제껏 맞닥뜨린 적 없는 생애 최대의 고민이었고, 그건 독립이었습니다.



독립을 결정짓게 한 건 마음의 소리


우리의 충실한 버즈는 말합니다.


"우디, 네 마음의 소리를 따르도록 해."


우디가 어딘가 계속 불편하고, 답답해 했던 이유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 아닐까요.


"사실은 이제 나만을 위해 살고 싶지 않아? 정말 새 세상이 궁금하지 않아?"(라고 들리지 않았을까용..?)


제가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떠나기로 마음먹은 우디에게 남은 장난감들이 축복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서운하다며 우는 게 아니라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들이 참 따뜻했습니다.

만약 우디가 그대로 남기로 했어도 그건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됐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실히 살아온 우디는, 자신의 삶을 더 충실히 살기 위해 용기를 냈고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습니다.


토이스토리는 늘 시작에서 결말에 가기까지 정신이 없고 사건 사고의 연속이고 장난감들 답게 우당탕타아앝앝앝아ㅏㅌ탕탕 하며 전개됩니다. 그게 우리 인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정신없고 혼란스러울 수록 그 의미가 짙어지는 것 같기도요.


+) 예쁜 치마를 입었다가 중간 부터는 바지를 입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보핍의 모습도 인상적!

+) 왜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실패하지 않을까요? 무리하지 않고, 거창한 것을 담아내려고 하지 않고, 인생을 조명하려는 겸손하고 조심스러움이 저변에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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