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을 보고
(지금 돌아보니) 이 글을 쓰고 나서 버닝을 한 번 더 보게 됐는데, 그 때는 운좋게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참여해 이창동 감독의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호불호가 워낙 많이 갈리는 영화라서 '꼭 보세요'라는 말은 전혀 하고 싶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위로가 됐던 영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 말에 힘주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에게 이 세상은 거대한 미스터리 입니다.> 저는 이 감독에게 "그래서 종수가 앞으로 어떻게 살길 바라나요?" 라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그 답은 제가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19.1.4)오늘 아침에 당직이어서 신문기사 체크를 하는데 산업 기사보다 더 눈에 띄는게 있었습니다.
“견뎌라, 그 무게만큼 인생이 깊어질테니”(조선일보 2019년1월4일자 문화 21면)
앵커 출신의 목사 조정민씨가 책을 출간해서 나온 인터뷰 였고,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조 목사는 “인생을 인생답게 만드는 것이 고난”이라고 했다.
저는 작년에 영화관에서 2번 본 ‘버닝’이 떠올랐습니다. 첫번째 볼 때는 넋을 놓고 봤고, 두 번째 볼때는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실패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버닝을 두고 많은 평론가들은 청년들의 절망과 무기력함을 다룬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렇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노력하면 된다고 해서 했는데. 노력 할 때마다 돌아오는 건 실패와 좌절 뿐이어서 화낼 기운도 없는 일!부! 청년들의 이야기.’
5번 정도 시도해서 1번 성취감을 맛봤다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미친듯이 시도해서 미친듯이 절망만을 경험해야 좀 이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경험은 누구나 다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종수(유아인)에게 존재만으로도 열패감과 허무함을 안겨주는 벤(스티븐연)이라는 인물이 있으니까요.
버닝에 대한 평을 보면 ‘예술가인척 하는 사람들이나 높은 평점을 주는 것’이라는 댓글도 있더라고요. 그 글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버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삶도 나름 괜찮을 지 몰라’
그런데 저 조정민 목사라는 분은 ‘인생을 인생답게 만드는 것이 고난’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기사의 제목처럼 고난 만큼 인생의 깊이가 생긴다는 것도 공감은 갑니다.
5번 시도해서 1번 정도는 성공하는 사람과 50번 시도해서 50번 실패하는 사람은 절대 말이 통하지 않는 것 처럼, 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 영화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쫓겨나듯 상영관에서 밀려난 버닝이 해외에서는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요? ‘청춘은 아름다워 도전을 할 수 있으니까~~~:)’라며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말 할 의지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소리보다, 이런 영화가 훨씬 위로가 되던데….난 그렇던데…. 미국인들아 너희들은 어떤지 궁금하구나…함께하자…
누군가가 인생은 평등하지 않지만 공평하다, 고 했는데
인생을 인생답게 사는 것에 대한 대가가 ‘고난’이라면, 인생은 공평하다는 공식,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도 실패만 하면 어떡하죠…아 왜 맨날 인생답게 살아야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