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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민 Nov 09. 2021

예상치 못한 일정까지 소화할 수 있게.

모든 예산에 예비비가 있듯, 우리의 계획엔 예비 시간이 있어야 한다.

오늘은 2021년 11월 9일 화요일이다. 2020년 4월 이 회사에 왔으니, 1년 6개월 하고도 한 달가량이 지났다. 돈보단 다른 목표가 있었기에, 주간엔 일하고 야간엔 내 발전을 위해 시간을 꽉꽉 채워 사용하려 했다. 물론 휴식과 노는 것도 빼먹지 않았지만, 그것 또한 계획적으로 해왔다. 저번 달,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다. 예상치 못했던 스케쥴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1부터 10까지 꽉꽉 채워서 계획을 잡아놓았으니, 예상치 못한 스케쥴이 들어올 곳이 없었다. 당연히 소화할 수도 없었다. '이럴 거면 그냥 다 때려치워'라고 지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물론 12만큼의 그릇이었다면, 1부터 10까지 계획을 이행하고 갑자기 들어온 11과 12를 감당할 수 있었을 거다. 그치만 아직 난 10이었다. 예상치 못한 11과 12 때문에 1부터 10까지 무너질 뻔했다. 문득 든 생각. 1부터 5 혹은 7 까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9, 10까지 하려고 하나. 노력은 좋다. 하지만 조금은 무리했고, 성급했다. 테스 형이 말씀하셨듯, '저 자신을 알라.' 인정하긴 싫지만 난 아직 10까지는 무리다. 어찌어찌할 수 있다고 해도, 11이나 12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 주어지면 와르르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을 나도 아는지 너무 급했고, 빠른 성과를 내고 싶어서 그랬나 내 시간 계획을 너무 타이트하게 짰던 게 문제였다.


 멀리 그리고  튼튼하게 가기 위해서,  시간 계획에 예비 시간을 두기 시작했다. 계획되지 않은 시간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전엔 퇴근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었어야 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 것으로 바꿨다. 퇴근  갑자기 일이 생기면, 책도 읽어야 하고  일도 처리해야 되는데. 허둥지둥 대다가 결국은 일은 일대로  되고, 책은 책대로 불안 불안하게 읽었으니 얼마나 고생스러웠겠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젠, 갑자기 일이 생기면  일을 하면 된다. 책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읽으면 되는 것이니.


근 1년 반 동안 숫자를 늘리는 것을 치열하게 해왔다면, 이젠 그 늘린 숫자들의 속을 단단하게 채우는 타이밍이지 싶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조금은 천천히, 대신 완성도 있게. 어느 정도 예비 시간을 정해서 시간이 남으면 남는 대로,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에 시간을 대비해두는 것이다. 조금은 느릴 수 있겠지만, 길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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