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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Apr 09. 2022

국내 기업, 해외 기업

기업 문화와 민족 정서

 “삼성 유에스에이(Samsung USA)랑 아이비엠 코리아(IBM Korea)랑 어느 게 더 한국 기업 같으냐?” 

국제 광고론 수업 시간이면 곧잘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창업주나 경영진에 따라서? 

본사나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국적에 따라서? 

요즘처럼 소규모 기업들도 국제 협력을 하고, 가정주부들도 나스닥 주식에 투자하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구가 일반화한 마당에 어느 한 기업의 국적을 논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어느 나라 경제에 더 공헌하느냐가 그 조직의 지역성을 규명한다고 본다. 

곧, 누구에게 더 많은 고용 기회가 주어지는지, 어느 지역의 산업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어떤 나라의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주력하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그 대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예전 같으면 다국적 기업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취업이나 이직을 앞둔 이들에겐 이 전의 내 경험이 다소라도 도움이 되지 싶어 글을 이어 간다.

(매번 강조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 경험임을 감안해 주시길…)

 

 먼저 근무하던 외국 기업은 당시 국내에 판매 조직만 갖추고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던 시절이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와 인근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앞두고 한국 내에 생산 시설을 갖추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아태 지역 총괄 사장과 관련 임원(CFO, 마케팅 부사장, 생산 본부장)들이 첫 비행기로 도착 오전 10시부터 한국 사무실에서 회의를 시작한다.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며 오후 일곱 시 마지막 비행기 시간에 맞춰 대략 네 시경에 회의를 마친다. 당시 나는 마케팅 부장으로 회의록 기록을 담당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서 대략 한 시간 남짓 정도, 출장 온 경영진은 길 건너 비원을 산책하고 돌아오고 그사이 나는 회의록 작성을 마친다. 작성된 회의록을 최종 검토하고 사인한 뒤 곧장 공항으로 향한다. 불과 한나절 회의 결과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위한 장소 선정과 은행 대출, 인력 수급 등에 관한 안건들이 결정된다. 그동안 한국 공장 건립 관련 회의는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도합 서너 차례뿐이었다. 


 국내 기업에 근무할 때면 근무 시간 중이라도 친구가 찾아오면 잠시 지하 다방에 내려가 만나거나 오후 출출한 시간에 간식 외출이 가능하다. 그 대신 퇴근이 자유롭지 못하다.


 다국적 기업에서는 근무 시간에 사적인 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게 어렵다. 규정이 있다 거나 누가 감시하는 건 아닌데 그런 분위기가 못 된다. 친구가 찾아와도 퇴근 시간까지는 꼼짝없이 휴게실이나 바깥에서 기다리게 만든다. 대신, 출퇴근 시간은 칼이다.


 당시만 해도 다국적 기업의 급여 수준이 우리보다 높았다. 하지만 내 계산대로라면 단위 시간당 근무량이라든지 노동 강도로 미루어 결코 높다고 만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개인별 능력급제 평가가 가능한 인사고과 관리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돌아보면 인간미 넘치던 근무 환경이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지 싶기도 하다.

  더욱이 요즘처럼 욜로니 워라벨이니 하는 개념들이 각광받는 시절에, 다소 비 인간적이고 철저하게 개인별 능력급제를 따를 것인지 아직은 남아있는 우리 정서를 택할 것인지 또한 선택 기준의 한 가지 고려 요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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