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요' 아니면 말을 못 할 것 같아요

MZ세대의 언어적 방어기제

by 천비단




“오늘 날씨 어때?”


“좋은 것 같아요.”


“이거 맛있지? 요즘 유행하는 거야.”


“음, 맛있는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 이번 주까지 끝낼 수 있어?”


“예,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거 네가 그랬지? 왜 그랬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tempImage9fSstW.heic


요즘 MZ들 입에 붙은 말이 있다. 바로 ‘~같아요’다. ‘같다’는 체언이나 의존 명사 ‘것’ 뒤에 붙어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원래도 자주 쓰는 말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사용 범위가 심각하게도 넓어졌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순간부터 분명한 사실을 말하는 순간까지 습관적으로 말 끝에 추측을 더한다. 심지어는 회사나 군대에서 상급자에게 보고할 때에도 ‘~같아요’라고 한다.


대화하다 보면 답답하다. 아니, 다 했다는 건지 다 안 했다는 건지, 맛있다는 건지, 맛이 없다는 건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도 제대로된 답을 들을 수가 없다. 대체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 메뉴도 추측성 대답을 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가장 짐작하기 쉬운 이유는 ‘책임회피’다. 내가 한 말로 인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이는 일종의 언어적 보험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 된다. 단정짓기 보다는 ‘~같습니다’라고 개인의 추측으로 격하시키면서 말의 책임을 회피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상황이 달라지거나 내 말이 틀렸음이 밝혀져도, “제 생각은 그랬을 뿐입니다”라고 도망갈 수 있는, 겸손을 가장하여 탈출구를 마련해두는 것이다.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것. 어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냥 이기적인 것 아닌가? 하지만 ‘MZ세대는 자기 말에 책임 지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녀석들이다’라고만 단순하게 결론내고 지나가기에는 석연치 못한 점이 있다.


문제는 자신의 감정조차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분이 좋을 때에도 ‘기분이 좋다’가 아니라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슬플 때에도 ‘슬프다’가 아니라 ‘슬픈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아니, 기분이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맛있으면 맛있다,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면 되지, 왜 자신의 감정조차 ‘~같아요’를 갖다붙이는가?


앞서 MZ세대는 책임지기 싫어서 ‘같아요’를 쓴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틀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책임으로 인해 ‘공격당하기 두려워서’ 같아요를 쓴다.





tempImageIq9QEs.heic <방어기제>, painted by Flow


우리 세대에게는 ‘남들에게 예의 없어 보이면 안 된다’라는 믿음이 있다. 어른들은 유난히도 예의를 강조했다. 어른에게 자신의 요구나 불만을 말하기라도 하면 ‘이게 어디서 두 눈 똑바로 뜨고 어른한테 대드냐’라고 혼났다. 내 생각을 말하기라도 하면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냐’고 하며 강압적인 대우를 받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겸손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예의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서 내 주관을 꺾어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같아요’다. ‘안 돼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돌려 말하는 것이다. 완곡하지만 단호한 거절, 사회적 거리두기 화법이다. 우리의 주장, 생각, 감정, 상황, 사실 모두 불확실하게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예의와 겸손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이것은 심각한 자아소외 현상이다. 자신의 감정조차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타인의 눈치와 사회적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게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내 감정조차 제3자가 되어 관찰하고 추측하듯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을 때 공격당할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결코 정상은 아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개인의 생각, 주장, 취향, 감정을 존중하는 사회였다면 MZ세대가 ‘같아요’로 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해도, 불행해서 불행하다고 말해도 욕을 먹으니 말을 아낄 수밖에.


‘~같아요’는 우유부단함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조금만 잘못하면 화살이 날아오는 험난한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두른 방어막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진짜 목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같아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다. 공격받지 않기 위해 주관과 확신을 포기한 대가로 우리는 자기 감정조차 타인에게 추측하듯 말하는 세대가 되었다. 비겁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조차 내 마음을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모르는 것 같다.



월, 수, 토 연재
이전 22화선 넘네? 너 손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