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놈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

정말 MZ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by 천비단



“쯧쯧…. 저런 놈이 정치를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총각은 저거 어떻게 생각해?”


“하하, 제가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에잉, 요즘 젊은 애들은 정치에 영 관심이 없어서 문제라니깐…. 우리 때는 선후배 모여서 막 데모하고 그랬는데. 나 때는 대학에 데모하러 갔어!”


택시 기사님은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고 나서도 몇 분을 더 말했다. 나는 무례를 무릅쓰고 살포시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내가 대꾸가 없자 기사님도 말을 멈췄다. 라디오 뉴스 소리 사이로 기사님이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tempImageSlbWoa.heic <아 에어팟 두고 왔다>, painted by Flow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하고, 여러 이슈에 귀를 기울이고 사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이를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MZ세대는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서 정치 얘기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어도 그에 대해 관심 없는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별 생각 없는 척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되었다.


그 이유야 단순하다. MZ세대는 '정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목격했다. 명절 때 친척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어른들이 정치 얘기를 하다가 울그락불그락하며 싸운 모습, 뉴스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장을 입고 몸싸움 하는 모습, 술을 마시던 부모님이 뉴스를 보며 갑작스레 욕지거리를 하는 모습. 어린 눈에 비친 ‘정치’라는 것은 부정적인 모습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목격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다.


젊은 세대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 당연하다. 우리에게도 투표권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치에 ‘관심 없는 척’하는 것이다. 왜? 싸우기 싫어서. 정치 얘기는 친구나 가족끼리도 하는 게 아니라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괜히 민감한 얘기를 꺼냈다가 건전한 토론이 아니라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정치 얘기를 피하는 것을 넘어, 정치 얘기를 꺼내는 사람을 기피하게 되었다.






정치병’이란 단어가 있다. 정치에 대해 쓸데없이 과한 관심이나 집착을 갖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는데. 정확히는 전혀 상관 없는 맥락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을 정치병에 걸렸다고 부른다. 1948년 신문에서도 쓰일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단어다.


‘정치병자’가 하는 정치 얘기는 건전한 토론, 자유로운 의견 교환 따위가 아니다. 그들은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원색적이고 극단적이다. 자신이 믿는 게 진실이라고 떠벌리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은 팩트도 모르고 가짜뉴스에 낚인 개돼지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그런 말을 예능 프로그램 핫클립 영상 댓글에서 한다. 뭐랄까, 10년 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정치 개그를 꾸역꾸역 했을 때가 떠오른다. 재미도 없고, 어이도 없는데, 본인은 되게 뿌듯해한다.


이렇게 정치병 환자에게 시달리다 보니 MZ세대는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끊은 것이다. 1찍이니, 2찍이니, 공주님이니, 뭔 어게인이니…. 다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면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tempImageaixfGj.heic 싱어게인 말한 거임 오해 ㄴㄴ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 자살 행위다.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는 순간—그 발언이 합리적인가는 별개로— 그 사람에게 낙인이 찍힌다. 꼰대, 좌빨, 일베, 페미….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정치 성향이나 주장 따위는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겨야 한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는 말은 거짓일 확률이 높다. 그것은 정말로 정치에 무관심한 게 아니다. 이 사회에서 평화롭게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괜한 싸움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정치를 잘 모른다며 바보인 척 연기하는 것이다.






MZ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무력감’이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봤자, 정치에 참여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우리 세대에 팽배하다. MZ세대는 정치적 효능감이 매우 낮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20대, 30대의 투표 참여율은 점점 낮아져 이제는 50%를 겨우 웃돈다. 2024년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냐’는 질문에 62.1%가 ‘정치권이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정치에 참여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구 수는 고령층이 청년층을 앞지른 지 오래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대부분 중장년층, 노인층에 집중되어 있다. 2025년 국민연금 개혁 논란도 이와 비슷한 배경에서 일어났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청년층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늘어났는데, 정작 청년층이 국민연금을 받을 시기가 되면 또 다시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연금을 받지 못하는 개혁안이었다. 이 개혁안에 수많은 청년들이 반대했지만 그대로 통과되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tempImage38H3ZK.heic 꼬우면 인구수 많든가 ㅋㅋ






우리나라는 피로 얼룩진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가 세워졌다. 아버지 세대는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가 시위를 해 나라를 구했다. 누군가는 군인에게 살해당해 피 흘리며 죽어갔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맞서 싸웠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아버지들의 용기와 희생을 보며 민주주의 정신을 배웠다.


그랬던 우리가 어른이 되어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고 회색분자가 되어 간신히 살아간다. 우리의 생각과 불행을 말하지도 못하며 주변 눈치만 보고 끙끙 앓고 있다. 당신의 불굴과 열의를 이어받지 못해서, 나 하나 살아가는 데 급급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그러니 버스나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볼 때 이어폰을 꼭 껴주길 바란다. 대체 왜 이어폰을 귀에는 꽂으면서 스마트폰에는 안 꽂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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