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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Jun 17. 2024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귀엽지만 살아있어요.

나의 친애하는 고양이 자매에게 _ 사람들이 참 이상해요

나는 태어나길 4.2kg의 우량아로 태어나 단 한 번도 마른 몸의 감각이 없다. 그것은 무슨 느낌일까 늘 궁금하지만 알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내 뚱뚱하거나 통통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학교에서 남자애들이 살쪘다고 돼지라고 놀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기가 죽지 않고 죽어라 싸웠다. 나를 놀리면 끝까지 싸워주겠다는 의지를 항상 불태웠고 장난친 녀석들은 독하게 몰아붙인 나를 이기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혼자서 많이 울었다. 사람을 세워놓고 놀리고 들으면 수치심을 주는 말을 왜 하는지, 그게 왜 재미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비슷하게 주로 아버지의 형제들이 귀엽다는 표현을 나의 신체 특성을 놀리면서 표현해 결국 울고불고. 그분들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나는 그분들에게 대들다가 엄마에게 맞았다.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들께 함부로 한다고 엄마, 아빠 욕먹이냐고. 내 편이 안 되는 부모 놀리는 삼촌들, 은근 살 빼라고 한 마디씩 한 고모들. 아직도 생각하면 분하다. 어른들도 미성숙했다.


공간릴라에서 3년, 재밌는 기억 만땅이요

사람 덕분에 잘 자랐고, 사람 때문에 아픈 고양이 자매

우리 고양이들이 공간릴라에서 3년을 살았다. 공간릴라에서는 저녁 예술모임들이 많고 요일마다 오는 사람들이 다르다. 아이들이 늘 사람 속에서 살았다. 젊은 고양이들이라 주변 상황에 덜 영향받고 호기심이 강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특히 아띠는 사람 맞이 냥이네 할 정도로 누군가 오면 먼저 나가보는 용감한 고양이었다. 성격도 좋고 모임 하는 자리에 쓰윽 가서 누워서 뒹굴거려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모임의 활력이었고 공간에 살아있는 존재가 깃들어 다른 에너지를 주었다. 3년간 사람들과 아이들 자라는 것을 같이 보았고 그분들의 사랑이 아이들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어떤 이들은 5년여 동안 매년 이맘즈음인데 라며 사료라도 사라고 현금 선물을 주었다. 고양이 관련 물품이 생기면 좋아할까요 하면서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래서 아, 이렇게 아이들과 사람들이 유대관계를 맺으며 잘 지내겠구나 생각했다.

개중에 꼭 어릴 때 우리 삼촌들, 동네 애들처럼 고양이를 놀라게 하는 사람도 두엇 있었지만 애들이 잘 넘기고 무던하려니 생각했다.


3년째 여름 즈음. 루카가 계속 밥을 못 먹고 가끔 토도 자주 해서 장염인가 병원에 갔다. 날이 더워서 그럴 수도 있고 하면서 선생님이 피검사를 해보자길래 간만에 건강검진이려니 큰 걱정 없이 진행했다. 결과를 본 선생님 말씀은 전혀 다른 질환을 예고했다.

"어, 이거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네요. 간수치가 너무 높아요. 낮추지 않으면 지방간과 황달이 올 수 있어요. 지금 약을 먹이면서 수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요. 루카가 근래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환경이 딱히 달라진 것도 아니어서 뭘까 감이 안 갔지만 갑자기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공간을 오가는 사람 중에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몰래 고양이들에게 다가서 어흥하면서 두 손을 크게 벌려 정면에서 마주 보며 낮고 크게 소리 지르는 통에 애들이 혼비백산하는 풍경. 억지로 만지고 싶어서 잡으려 하는 큰 손들.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애들을 예뻐해서 하는 행동이라 적극 저지하지는 않았다. 혹시나 해서 공간의 상황과 애들의 반응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애들에게는 굉장히 무서울 수 있지요. 그리고 이제 아이들이 성묘가 되어서 자기 영역이 중요한데 다른 존재가 오고가니 자주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당장 환경을 바꿀 수 없으면 사람들이 있는 시간에 애들과 격리를 할 필요가 있겠네요."

조금씩 더 어른 고양이가 되고

간병과 공간 분리, 어른 고양이를 위한 선택

마음이 착잡했고 루카에게 미안했다. 지금 상황을 좋게만 이해한 나의 안일한 태도가 빚은 결과였다. 공간을 찾은 좋은 동네 친구들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단호하게 말해야 하는 걸 내 맘 편하자고 미뤘으니.

아띠와 루카 둘 다 완전한 고양이로서 자기주장을 몸으로 하고 있다는 것. 더 이상 나의 아기 고양이들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존중하고 그녀들을 위한 공간을 다시 구성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오는 시간에는 사무 공간에 애들을 넣어두고 문을 닫았고, 높이 올라가 숨거나 안전하게 몸을 감출 영역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부탁의 어조로 강력하게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서 왁하고 놀라게 하거나 손을 대려고 뻗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했다. 애들이 간치수가 나빠져서 그대로 두면 죽는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까지 붙였다.

나의 악역도 더불어. 약을 기가 막히게 뱉어내는 녀석을 붙잡고 하루에 2번 땀 뻘뻘 흘르며 약 먹이고 츄르 주고. 눈치 싸움의 일상을 시작하였다. 루카는 내가 코멩멩 소리로 "루카야아아앙~"하고 약 먹는 타이밍에 다가가면 의심 가득 눈빛으로 쳐다보며 도망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나는 고양이언니이다. 살짝 컷팅한 츄르를 내민다. "루카야아아앙, 츄~~ 우~~ 우우~루루루루" 두려움을 이기는 두 글자, 츄르. 루카는 번번이 나에게 잡히고 배신당한 눈빛으로 호도도 품을 떠나지만 다시 "츄~~~ 우~~ 루"하고 내밀면 언제 도망쳤냐는 듯 와서 찹찹찹 먹는다. 열심히 먹이고 먹고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완치하기까지 6~7개월이 넘게 걸렸다.


공간의 위치가 일단 핫플레이스인 망원시장 안의 건물 2층이라 들리는 소리가 크고 많으며 길었다. 조용할 시간이 별로 없는 곳에서 애들이 3년을 보냈으니 참 잘 견뎌준 것이다. 고맙게도 말이다. 이듬해 2월에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갈 때 2층, 3층을 한 번에 빌려서 2층에는 공간릴라를 3층에는 내가 사는 공간을 마련했다. 4년 동안 함께 산 홈메이트 친구에게 아무래도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할 것 같은데 비염이 심한 너는 감당이 안될 것이기에 이제 그만 이별하자고 통보를 했다. 서로 아쉬웠지만 단호하게 너는 고양이를 감당 못한다며 미련을 부리는 친구를 위해 못을 박았다.


내 침대에 고양이가 둘이나 있지, 셋이 처음으로 같이 잔 집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는 일상

망원시장 근처이긴 하지만 조금 떨어져 있고 고양이들이 편한 공간으로 이사했다. 처음으로 애들과 함께 잔 날 진작 집에 데려올 걸 후회가 되었다. 애들을 두고 집으로 갈 때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발걸음이 총총거렸다.

문을 열고 "얘들아, 언니 왔어." 하면 애들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미야옹~"

혼자 사는 내 일상에 또 다른 등댓불을 환하게 반짝 켠 순간이었다. 진짜 고양이가 1순위인 삶을 시작하고, 고양이가 편하게 살기 위해 일하고, 고양이와 같이 자려고 집에 가는 사람의 길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이제 돌아볼 것 없는 그야말로 고양이들의 언니이고, 애들은 공간릴라냥이가 아니라 ‘나의 친애하는 고양이 자매’가 되었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는, 매일이 반갑고 벅찬 일상을 맞이했다. 어제도 지역에서 새벽에 도착했는데 둘 다 자다 나온 눈으로 현관에서 나를 맞이했다. 그대로 꿇어앉아 애들과 한참 다시 만난 세리머니를 했다. 그래봐야 10시간 남짓 따로 있었을 뿐인데. 고양이 자매가 우리 집에 온 것은 7년 차이다. 그 기간 내내 매일 우리는 다시 만나 사랑한다고 한참 비비고 말하고 서로를 살핀다.

고양이 자매의 사랑으로 하루를 산다.


남은 얘기 덧붙여서. 아이들을 힘들게 한 나의 삼촌 같은 사람들은 한동안 더 나의 주의사항을 까먹고 다가가서 놀라게 했다. 도저히 안되어서 조용히 따로 불러서 왜 아이들을 괴롭히냐고 물어보았다. 놀라는 것이 너무 귀엽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그러면 공포와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프다, 지금 루카가 약을 먹고 있다고. 그분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몰랐다고, 내가 자주 말할 때도 자신의 행동이 그 범주에 있는 줄 몰랐단다. 역시 정답은 감정을 뺀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 말에 따라붙는 감정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설명을 덧붙여서 수용하게 도우면 된다. 그래서 자신이 공격당했다 느껴서 나를 안 보겠다 하면 나는 괜찮다. 좋은 사람이 되기는 이미 삼십 대에 포기했기에.

제발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자. 싫다는데 안 하면 될 것을 굳이 해서 서로 힘들 이유가 뭔지 여전히 나는 모르겠다.


(2024. 6. 17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고양이처럼 살면 더 좋은데)



매일 투닥투닥 일상, 고양이 자매 아띠와 루카






#고양이자매 #catsisters #아띠와루카 #사람들틈에서애썼다 #언니가많이미안해 #고양이와잠자는일상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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