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고양이 자매에게 _ 동물 가족과 그들의 친구
가끔 집에 사람이 찾아와 술한잔 하거나 차한잔 할 때가 있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이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은 우리 고양이들을 보고 크다고 깜짝 놀란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영역형 야성이 살아있어서 누군가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안전한지 확인 되기 전에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고양이 가족인 경우는 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고 다가와도 격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고양이집의 문제적 방문객이자 웃기는 사람들은 바로 개 엄빠들이다. 개들과 사는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부비고 끌어안고 서로를 확인해야 정상인데, 고양이들은 다가오지도 않고 반갑다고 표현하면 멀어지고 심지어 하악질하며 때리기도 한다. 내가 겨우 워워 말리며 끌어다 의자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려치면 눈은 어느새 고양이들이 숨어 있는 곳에 가 있다. 그러다가 잠깐 딴짓하면 어느새 애들 가까이 가서 고양이 앞에서 본인이 재롱을 피운다.
나는 그들의 귀여운 재롱에 아이고 개엄마들 서운해서 어쩌나 하면서 슬그머니 츄르를 꺼내서 꼬셔보려고 도움을 준다. 개엄마들이 행동 반경이 클수록 더 다가오지 않기에 진정 시키고 애들을 기다리라고 하지만 서운함을 참지 못한다. 그러다 일정 시간이 지나 애들이 나와서 냄새도 맡고 아는 척하면 세상 제일 좋아하는 미소와 행복감을 표현한다. 동물과 같이 사는 즐거움, 그들과 몸으로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행복감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1차 경계심이 풀리면 고양이들도 사람을 보면서 곁에 붙는다. 내가 안해주는 걸 해줄만한 사람들, 지금 당장 놀아줄 사람, 맛있는 것 냄새 맡고 간식 줄 사람. 뭣보다 본인이 귀여움을 부리면 녹는 사람. 그 곁에서 알짱 알짱 거리다가 빤히 쳐다본다. 이제 열살 넘은 고양이는 사람을 알만큼 안다. 고양이나 개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또 재미있는 부류가 동물 가족들과의 만남이다. 처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정보가 어느 정도 쌓일때까지 조심스럽게 대화하고 나에게 무해한 사람인지 알아보고 한번만으로는 친해지기가 어렵기에 적당히 예의바르게 굴다가 두번, 세번 만나면 그때서야 더 깊은 대화를 한다. 공통의 목표가 있는 일이나 취미, 활동을 같이 하지 않으면 그저 아는 사람으로 머무는 경우가 더 많다.
동네의 우리동생이라는 협동조합형 동물병원의 조합원 모임엣 참여하고 있는데, 십년 만에 이사를 가게 되었고 병원 설계 관련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있었다. 두어 사람 외에는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낯가림에 도면만 보고 있었다. 병원 이용자로서 어떤 구조가 좋은 의견을 모으고 자리가 살짝 길어지자 고양이 보호자들간의사담을 주고 받게 되었다. 우리동생의 조합원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그분들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채 슬그머니 우리 애기들은 열살 되었고, 핸드폰을 쓰윽 꺼내었다. 얘들이 찐 자매입니다 수줍게 소개했다. 다들 오모오모 애들 너무 귀엽네 꺄악꺄악 하더니 다들 쓰윽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 애기랑 넘 닮아네요. 남자아이인가요? 몇살인가요? 사람 좋아하나, 아픈 데는 없나, 다들 서로 묻고 답하고 어떻게 만났는지 사연을 주고 받고. 사람이면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볼까 싶을 정도로 적극 관심을 표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조차 다른 동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가고 이분들이 어떤 맘으로 아이들을 돌보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넘 알겠으니까 응원하게 된다. 우리의 대화가 넘 커지자 회의 진행하는 분들이 지방방송 끄라고 할정도 열기가 커졌다. 이렇게 만났지만 그분들 이름은 모른다. 아이들 사진은 기억에 남는데. 이런 기가막힌 경우가 있..아주 많다.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 가족이어서 사람을 그냥 믿는다.
병원에서 개 엄빠와 고양이 엄빠의 차이도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개 엄빠들은 서로의 개에 직접 관심이 있고 적극 대화를 하고 동물도 들여다본다. 그런데 고양이 엄빠들은 그냥 슬긋 관심이 있지만 애기가 귀엽네요, 완전 애기네 정도의 표현이면 아주 적극적인 경우이다. 개엄빠들은 개를 닮고, 고양이 엄빠들은 고양이들 닮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같이 살다보면 서로 닮는다.
이글을 쓰는 오늘도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고양이들과 종일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불안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눈 돌리면 내 옆에 있는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심심할 겨를이 없다.일을 많이 한 주간, 스트레스가 많은 주간일 수록 꼼짝도 않고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고양이들과 야옹거리면서 집에서 서성거린다. 사람의 탈을 쓴 고양이처럼.
동물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동물 가족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지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그들이 개를 키우거나 고양이를 키우고, 토끼 등 소동물과 파충류,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삶에 중심에 동물이 있고 사랑한다. 나를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위해 내 일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 말이다. 동물은 관상용이 아니다. 그렇기 여기기에는 동물 마다 개성과 생명의 무게가 크다. 함부로 장식물로 대할 수가 없으며 나 기분좋으라고 키우는 존재일 수가 없다.
쉽게 입양 결정하지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이다. 아이들이 무지개 다리 건널 때까지 생명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에. 그렇지만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꾸준히 공부하고 내 일상을 돌보기로 결심했다면 동물 가족의 삶을 선택해보라고 권하고는 싶다. 내 삶의 큰 전환이 이뤄진다. 해봐야 아는 경험이다.
2025년 1월 11일 종일 사람의 말을 쓰지 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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