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게_ 열 살 고양이 자매와 이사하기 두 번째
11~12월 공간을 세팅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렸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집 이사까지 겹치니 공간 두 개를 오픈하는 느낌이었다. 이전 집은 친구들과 집을 만들고 입주해서 들어간 집이라 대부분 가구를 버렸고 집에 맞춰 가전제품을 구입했다. 다시 이사를 나오니 백지처럼 최소한의 가구와 전자제품 밖에 남지 않았다. 돈이 없지만 사람 사는 것처럼 살려면 책장, 책상, 침대, 식탁 다 필요했다. 일하는 곳에서도 커뮤니티 공간 38평의 구석구석 자잘한 물건들 수도 없이 주문하고 받고 채우고 치우고.
인터넷으로 고르는 것도 신물이 나고 예쁘고 귀여운 것들 공간에 맞춤하게 채울 때 엄청 좋아하는데 다 꼴 보기 싫을 정도가 되었을 무렵 이사 정리도 끝나고 공간 세팅도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새해 직전에 대판 몸살이 나서 앓았다가 일어나서 마지막 책을 분류해서 잘 꼽아 넣은 것이 어제였다.
쓰기 시작하고 보니 이사 얘기 두 번째이구나. 정말 힘들었나 보다. 또 해도 또 할 말이 있는 것을 보니.
이사 전날 너무 걱정하였다. 스르르 주택은 옷장 위로 애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 그쪽으로 도망가버리면 한 번에 탁 납치(?)해서 케이지에 넣기가 어렵다. 두 아이를 케이지에 넣어서 3층 친구 집에 잠깐 맡기는 전략을 잘 구사해야 하는데... 새벽에 눈뜨자마자 몸을 일으키지 않고 애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내가 일어났다 여기면 애들이 어느새 잠을 깨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어리바리할 때, 잠이 덜 깼을 때 납치해야 한다는 맘으로 간절하게. 물론 전날 밤 침대 근처에 케이지를 옮겨놓았다.
몸을 일으켜서 아띠를 얼른 잡아서 케이지 하나에 넣었다. 아띠는 엄청 눈치가 빨라서 루카를 잡아서 움직이면 바로 천정에 올라갈 것이기에. 그리고 아띠를 케이지에 넣는 동안 어리바리 옷장 안으로 도망친 루카. 빠져나오지 못하게 옷장문을 발로 얼른 닿았다.
그리고 케이지에 넣어서 빼놓고 조심스럽게 탈출구를 막은 상태로 루카를 옷장 구성으로 밀어 넣고 얼른 잡아서 케이지에 무사히 넣었다. 실패하면 전쟁이 되기에 순식간에 세상 최고의 빠른 움직으로 작전 완료.
케이지에 들어간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수십 번 하면서 3층 친구네 집에 잠시 옮겼다. 순식간에 작전 선공하고 약간 어리둥절했다. 애들이 봐준 것일까 싶을 정도로. 이사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이미지 시뮬레이션을 엄청나게 한 결과 나는 훈련받은 군인처럼 혹은 선수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했다. 역시 연습이 중요하다.
3층 친구네 집에 옮겨 이삿짐 포장하는 동안 틈틈이 애들 보러 올라가서 안심시켰다. 2시간 여 포장을 하고 5~6분 거리의 멀지 않은 이사한 집에 이사 짐 부려놓고 부리나케 친구네 집으로 가서 애들을 데려왔다.
미리 옷장문을 하나 열어두고 고양이들이 주로 쓰는 천과 담요를 넣어뒀더니 들어가서 소리도 내지 않고 숨어서 똬리를 틀었다. 보통 이사하면 2~3일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적응을 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이번에는 하루는 나오지 않고 옷장 안에서 둘이 숨어 있었다. 이틀째부터는 밥을 먹으러 나왔다가 들어갔다 반복하기.
이전의 이사와 다른 점은 밤에 보이는 행동이다. 공간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는 내게 달려와서 큰 소리로 항의를 하고 다시 확인하러 돌아다니는 것이다. 분명히 여기는 책장이 있어야 하는데 왜 없는가, 이상한 것, 낯선 소리가 들릴 때 우다다 달려와서 잠자는 내 배 위에 올라앉아 똑바로 눈을 보면서 "와 아아아 아아아 앙, 아아아아앙!"하고 항의를 했다. 2~3일을 밤과 새벽에 둘이서 번갈아가며 항의를 하는 통에 잠을 거의 못 잤다.
비어있는 자리에 가구를 대충 다 채우고 바닥도 정리하고 애들 쉴 수 있는 공간, 밥자리도 정해서 정기적으로 거기다 밥을 주기를 반복했다. 일주일 즈음 새벽에 날 깨우지 않고 내 옆에서 편히 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여전히 옷장에 들어가기를 반복하긴 하지만 바닥에 누워 있거나 여분 의자에 앉아서 내가 자기를 기다리는 여유도 부렸다.
한 달이 지나고 난 우리 집 풍경. 아침 6시 나를 깨워서 밥을 달라고 한다. 나는 일어나서 애들 밥자리(침실)에 밥을 놔주고 내 커피를 끓여 식탁에 앉아 있으면 느긋하게 밥을 먹고 기지개를 하며 아띠와 루카가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와서 나를 보며 아웅아웅 운다. 털을 빗어주거나 잠깐 놀아주고 할 일을 하거나 일을 하러 나갈 준비를 한다. 둘만 두고 나가는 발길에 걱정이 별로 없다.
이번 집도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하다. 다행히.
집에서 돌아오면 중문이 없기 때문에 고양이 방묘문을 밀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거실에 나와서 나이 귀가를 바라보는 아띠와 루카를 만난다. 물론 밥을 드려야지. 저녁을 챙겨주고 나의 저녁도 만든다. 내가 저녁을 먹는 동안 애들도 기다린다. 밤이 오면 작업하는 언니의 손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졸린 눈.
그러다가 자러 가자고 보채며 울기도 하고, 잠깐 간식을 주거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어나면 어느새 도도도도 침대로 향하는 아띠와 루카. 나는 두 고양이를 따라 침대에 올라가 왼쪽 아띠, 오른쪽 루카(이 위치는 동일함)를 안고 털뭉치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든다.
잘 적응해 줘서 너무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이번 이사는 긴장했는데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잘 진행되고 아이들도 길지 않게 적응해서 안심했다. 딱 한 달이 지나갔고 이 집에서 최소 2년, 길면 2년 더 더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마음을 잘 붙여보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봄이 오면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칠도 조금 더 하고. 내가 맘을 잘 붙여야 고양이들도 더 안전감을 느끼고 살 수 있으니까.
2025년 1월 3일 옆에서 놀아달라 떼쓰는 아띠에게 건성으로 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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